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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나무 숲

숨 쉴 수 있는 사람들

by 서이담

한 직장에 다닌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또 쉽게 질리는 내가 7년을 한 곳에 있었다니. 7년 근속의 비결을 묻는다면 첫째로 집 대출금, 둘째로는 나의 사내 친목모임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나의 두 번째 근속 공신인 친목모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시작은 조촐했다. 마음 맞는 여자 동기들 몇이 같이 여행이나 가자고 해서 사람들을 모았는데 그때 그 여행이 참 좋았다. 비가 와서 일정이 틀어진 것까지 완벽했으니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여행에 갔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이어졌다.


지금은 단체 채팅방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다. 중간중간 회사 카페에 모여 티타임도 가지기도 하고 가끔은 오프라인으로 술도 한 잔 기울인다. 올 해는 코로나가 진정돼서 여행 한 번 갔으면 좋겠다. 모임 구성원들의 직책도 버젓이 있다. 회장과 비서실장, 본부장, 실질적 리더 등 조금 과하다 싶은 직함으로 서로를 부르다 보면 되게 웃길 때가 많다.


따로 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핑계로 근무 중에 휴식을 취할 수도 할 수 있다. 업무를 하다가 시스템 사용법 등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보다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내 소식들을 발 빠르게 주워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끔은 좋은 물건이 나왔다 싶으면 공동 구매를 하기도 한다. 참 여러 모로 유용한 모임이다.




그런데 이 모임이 빛을 발할 때는 따로 있다. 바로 직장 생활이 견디기 어려울 때다. 매일매일의 소소한 위기상황은 손가락 수다(메신저)로 푼다. 만약 일이 좀 크다 싶으면 모임에 한두 명은 꼭 모여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사자를 달래준다. 이렇게 잠깐 쉬면서 얘기를 들려주고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좀 마음이 진정된다. 나도 위기가 왔을 때 이 모임을 통해 많이 넘겼다.




같은 팀 사람들에게 고충을 털어놓기란 참 어렵다. 가장 큰 단점은 그 이야기가 새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모임이 길게 이어질 수 있었던 요인은 다들 다른 팀에 있고 업무가 겹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편견 없이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으니까.


모임에서 어떤 일에 대해 입장이 다른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문제로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것은 섣불리 조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언은 누구나 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모임에서 고민을 꺼낸 사람들은 조언보다는 자기편이 되어주기를 바랄 것이고 그렇기에 섣부른 조언보다는 무조건적으로 편이 되어 주기로 했다. 아직 많이 서툴기는 하지만 모임 안의 친구들이 잘하고 있으니 그들을 계속 따라 하면 될 것이다.




회사에서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류의 모임이 여러 퇴사 희망자들을 붙잡는 효자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우리는 결국 사회적 동물이니까.

상처 받은 마음을 또 사람에게서 치유받는 보통 사람들.


Photo by Greg Shiel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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