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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오늘도

화도 나고미안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워킹맘의 하루

by 서이담

몇 주 전부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수족구라는 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병 자체는 감기 같은 것이라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염성이 있어서 약 일주일 간 어린이집을 가지 못한다는 게 일하는 부모로서는 가장 위협적이다.




아이가 약간의 물집 같은 게 생겨서 급하게 반차를 쓰기를 몇 차례 역시나 드디어 기어코 수족구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을 받은 그 날은 아이가 밥도 잘 먹고 재미있게 놀았는데 그다음 날부터 목이 많이 부었는지 밥도 잘 먹지 않고 있는 대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진짜가 나타났구나!’


남편과 내가 번갈아 연차를 쓰기로 하고, 중간중간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와서 아이를 봐주시기로 했다. 이번 주에 회사에 워크숍이 있어서 1박 2일 일정으로 지방에 가야 했는데, 도저히 이런 아이를 내버려 두고 워크숍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일 행사만 참석하고 저녁 시간에 되돌아오는 것으로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물론 연차를 냈으면 좋았겠지만 팀 분위기가 그렇지가 못했다. 회사 눈치, 아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집안일과 회사 일에 내가 이도 나도 아니게 걸쳐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작도 했고 각오도 했던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친정 엄마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한다. 아이가 어릴 땐 힘들 거라고, 그렇지만 10년만 버티면 아이가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을 만큼 큰다고. 그때 허무해지지 않으려면 꼭 일을 붙들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아이에게 내 인생을 걸지 않고,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버텨야 한다고.


지금은 비록 인정은커녕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일을 하거나 가정을 돌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건강히 잘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지친 몸을 이끌고 울다 지쳐 쓰러진 아이 옆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언젠간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엄마가 되는 모습을 꿈꾸어본다.


Photo by Standsome Worklifestyl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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