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하면 남이라도
‘내 편 맞아?’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자꾸만 구하지도 않은 조언을 너무 많이 했다. 시끄럽고 듣기 싫었다.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니 짜증도 났다. 친한 친구한테 이 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는데 친구는 자꾸 그 사람 편을 들었다. 눈치 없는 사람이지 나쁜 사람은 아니란다. ‘정말 그런가?’ 하다가도 ‘어, 이 친구가 왜 이러지? 내 편이 아니고 저 사람 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는 말했다. 이 사람이 자기랑 너무 비슷하단다. 자기도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데, 별 악의 없이 그저 끼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나랑은 잘 안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오히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잘못된 것을 모른 척 가만히 놓아둘 수 없어서 충고를 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또 나 스스로도 충고를 기꺼이 들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말이 고깝게 들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더 신기한 건 친구의 태도였다. 내게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분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남의 일에 눈물까지 흘릴 일인가? 그런데 그게 또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다음 날 또 그 조언질 하는 동료를 보는데 꼭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그분의 말이 어제처럼 거슬리지는 않고 그냥 귀엽게 느껴졌다. 그 이후부터도 그 사람의 필요치 않은 조언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같은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짜증은 별로 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감정이입, 공감이라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참 중요한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도 역시 그렇다. 상대방의 입장과 기분만 이해한다면 사실 크게 다투거나 문제 될 정도의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인지라 상대방에게 공감이 되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 그러면 몹시 답답해지곤 한다. 그런 답답함이 말이 되어 밖으로 나올 때는 그 감정이 관계 속 갈등의 씨가 되어 정말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 말이 아랫사람이나 협력사에게 나간다면 갑질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후덜덜. 반대로 윗사람에게 나간다면 일종의 반항으로 인식돼서 단단히 찍혀 버린다. 그럼 그 후의 회사생활이란? 으으, 상상하기도 싫다.
그럴 땐 상대방과 비슷한 성격을 가졌거나 같은 입장을 경험해봤던 믿을만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듯하다. 짜증 났던 대상이 믿을만한 사람과 겹쳐 보이면서 오늘처럼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다.
근데 시키지 않은 조언은 좀 안 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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