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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서는 마음

살짝, 딱 그 정도

by 서이담

지난 주말에는 남편 친구네 집에 갔다가 점심을 거하게 먹고 저녁을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파는 얼큰한 우동이 먹고 싶어졌다. 마침 그 집이 늦게까지 문을 열었다.


“우동집 갈까?”


“음… 그럴까?”


남편이 살짝 망설이는 게 느껴졌다. 우동집에 딸린 주차장이 없어서다. 하지만 불굴의 와이프는 우동집 근처 주차장을 폭풍검색했고 주말에는 무려 무료라는 근처 공영주차장을 찾았다.


“오~자리 있네?”


다행히 공영주차장을 가던 도중에 좀 더 넓은 공터를 찾았고, 성공적으로 주차를 했다. 아이를 차에서 내리고 셋이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걸어가던 도중 길가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사람들 둘을 만났다. 그 사람들도 우리를 봤다. 정확히는 우리와 함께 있던 아이를 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비켜서 주었다. 반걸음 정도 이동했을 뿐이지만 담배 연기의 방향이 바뀌었다.


‘배려받고 있구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레 길을 비켜주었다. 우리도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길을 걸었다. 짧은 순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없이 배려를 받고 지나갔을 거다. 오히려 왜 밤늦게 담배를 태우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들에게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친절을 몸에 밴 듯 자연스럽게 툭 베푸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이 정도의 친절, 이 정도의 배려를 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거창하고 당위성 짙은 목표가 아니라 담배를 태우더라도 그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담배 연기는 쐬지 않게 하자 정도의 마음씨를 가지면 그걸로 괜찮은 거 같다. 그냥 그 정도의 가볍고 포근한 마음씨를 가지고 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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