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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과 소파의 상관관계

가까이에서 본 불행이 더 커 보인다.

by 서이담

집에 있던 텔레비전이 고장 나 조금 더 큰 텔레비전을 구매하게 됐다. 오랜만에 집에 새 물건이 들어오는 터라 신이 났다. 두근두근. 거실 배치도 텔레비전에 맞게 바꾸었다. 소파를 좀 더 뒤쪽에 놓고, 거실 한편에 있던 책상도 치웠다. 나직한 소파 테이블을 구매하고, 텔레비전을 올려둘 수 있는 거실장도 샀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엥? 별로 안 커 보이네?’


왜일까. 매장에서는 엄청나게 커 보이던 텔레비전이 집에서 보니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쪽에서 봐도 그냥 그렇고, 저 쪽에서 봐도 그냥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히 답을 찾게 됐다.


“이담님이 텔레비전 바꿨다는 말 듣고, 내가 소파 위치를 텔레비전 앞으로 바꿨잖아요. 그게 되게 효과 좋더라? 갑자기 부자 된 기분?”


알았다. 거실 배치를 바꾸면서 소파를 벽 쪽으로 가까이 붙여 텔레비전과 사이를 벌려 놓았는데 그 때문에 텔레비전 크기가 그리 크지 않게 보였던 거였다. 동료 중 한 명이 기똥찬 생각을 해낸 덕분에 나도 비밀을 알게 됐다.


그러고 보면 무언가의 크기는 그걸 보는 거리에 반비례한다. 물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도 그렇다. 불행도 가까이에선 나를 짓이기고 압도할 정도로 커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가볍다. 기쁜 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그걸 보는 내 위치다. 가까이에서 보면 압도당할 듯 커지지만, 멀리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또 그렇지 않은 거다.


텔레비전이 웃으며 말한다. 기쁜 일은 당기고, 슬픈 일은 조금 멀리 보라고. 그럼 조금 더 편안해지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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