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행복과 장점에 감탄하기
일을 할 때 나보다 한참 느린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어수룩한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끌끌 찰 때도 있었다. 나랑 같이 하고 있던 일이 있었는데 하루는 내가 하고 있던 부분이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난 내가 잘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왜 딴지를 거냐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응대를 했다. 하지만 그 느린 사람은 내게 조금만 더 자세히 상황을 파악해봤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주었다. 나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어려웠고, 회의를 하면서 좀 더 상세하게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몇 시간 후 회의를 하게 됐다.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은 그 사람의 우려대로였다. 문제없이 다 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된 게 없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상황 정리를 하면서 느릿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저 사람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식은땀이 났다.
회의 후 그 사람에게 가서 이야기했다.
“진짜 이럴 줄은 몰랐어요…“
“아니에요. 제가 여러 번 이런 상황을 겪어봐서 아는 거지, 당연히 모르셨을 거예요.”
속으로 나보다 못났다고, 부족하다고 속으로 평가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나은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남의 잘난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났다. 애써 그 잘난 모습을 부정하기도 하고, 못난 점을 끄집어 잘난 걸 가려보려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못난 모습만 도드라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다행이다. 내 주변의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내 부족한 점도 잘 보인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되어서 참 좋다. 내가 조금은 투명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