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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13. 2024

뿌듯해서 섭섭하다

성장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지난주 입학식이 끝나고 아들이 학교에 간지 1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첫 일주일은 아이가 떨려하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나도 학부모가 처음이라 모든 게 얼떨떨했다. 초 긴장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더니 이번 주 일주일은 훨씬 나았다. 어느 정도 학교생활도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가 유치원보다 재미있다고 한 게 안심이 되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학교 안에서의 동선이었다. 규칙 상 학교 안까지 학부모가 들어가는 건 허락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1학년인 경우 예외적으로 며칠간만 출입증을 패용하고 아이를 찾으러 갈 수 있었다. 지난 한 주는 그렇게 아이를 데리러 갔었는데, 이번주는 돌봄 선생님이 아이에게 가급적 학교 안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가르쳐 주고 스스로 교문 앞까지 나올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네 알겠습니다. 재민아, 우리 한 번 연습해 볼까? 네가 엄마보다 앞서서 가보는 거야. “


“응 엄마.”


“옳지! 잘했다.”


그렇게 며칠을 연습했다. 아이는 길을 헷갈리기도 하고, 또 찾아가기도 하면서 길을 익히는 듯했다. 거의 다 익힌 듯해서 다음 날부터는 혼자 나와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자기 전에 아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내게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내일 돌봄 교실 앞까지 데리러 오면 안 돼?”


“어~재민이가 걱정이 되었구나. 그래 그럼 내일은 엄마가 교실 앞까지 데리러 갈게.”


다음 날 교실 앞까지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는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솔직한 마음으로 나도 훨씬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앞세우고는 길을 찾아서 나가는 연습을 했다. 확실히 전날보다는 길을 더 잘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재민이가 엄마보다 길을 훨씬 잘 아는 것 같은데? 대단하다! “


“응. 이렇게 찾아가니까 쉬워.”


“그럼 내일은 한 번 혼자 교문까지 나와볼까?”


“그래!”


드디어 대망의 디데이가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돌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재민이 엄만데요. 오늘은 교문까지 혼자 나와보도록 해볼게요.”


“그래보시겠어요? 그럼 재민이 하교시켜서 보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1분, 2분 시간이 계속 흘렀다. 학교 출입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과연 재민이가 잘 찾아서 나올 수 있을까. 내가 들어가야 했던 건 아닐까. 혹시나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나를 보고는 엄청나게 반가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해냈다는 생각에 신나 보였다. 나도 긴장이 풀리고 또 아이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재민아!!!!”


“(손을 흔들며) 엄마~~~”


재민이는 성큼성큼 뛰어 나에게 왔다. 내 품에 처음 안겼던 조그마한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나. 이제 내가 없이도 이만큼 움직일 수 있는 어린이가 되었구나. 이제 조금씩 조금씩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겠지. 그리고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르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나의 몫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내 품을 벗어난 아이가 된 것 같아 어쩐지 마음이 조금 섭섭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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