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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내 아이의 뒷모습

미안하고 고맙고 짠한 워킹맘의 마음

by 서이담


우리 엄마는 3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 은퇴하셨다. 아주 어릴 때 빼고는 엄마가 일을 나간다는 게 그리 서운하지 않았다.


나이가 차고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노후 걱정이 없는 우리 엄마가 오히려 참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나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커졌고, 그래서 엄마처럼 오래 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주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나는 맞벌이하는 집 자식이랑 내 아이를 놀게 하지 않는다. 그런 집 아이들은 가정교육이 잘 안돼 있다.”


내가 듣기에도 분명 별생각 없이 하는 얘기였다. 그런데 엄마는 좀 속상한 눈치였다. 내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본인이 일하느라 혹여 자식을 충분히 잘 못 돌봤을까 아직도 마음 아파하는 엄마를 봤다. 아니라고, 난 잘 컸다고 그냥 생각 없이 하는 얘기인데 흘려들으라고 엄마를 다독여 드렸다.




그리고 오늘은 남편이 외근을 나가게 되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남편 회사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다. 아침 7시 30분, 등원한 아이들은 한 명도 없는 쌀쌀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꼭 안아주고는 어린이집으로 들여보냈다.


아이는 익숙한 듯 신발과 양말을 벗고 터벅터벅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저 어린것을 떼어놓고 내가 출근을 하는구나..’


아이에게 참 미안했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내게 그렇게 미안했겠구나. 나를 키울 때도 그렇고, 나이 들어서까지도 그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던 거겠구나.


엄마의 모습은 곧 내 모습이었던 거다.




나도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오롯이 돌보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아이를 보는 것보다 내가 사회적으로 도태된다는 느낌에 정신적으로 힘이 들었다. 돈을 벌다가 벌지 않게 되니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경제적 압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도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한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최선이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엄마이기에 아이를 온전히 봐줄 수 없다는 미안함과 짠함이 이런 때마다 문득문득 올라오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에게 죄책감 대신 엄마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과 행복함으로 가족을 대하자고 마음먹는다.


워킹맘 파이팅!


Photo by Daiga Ellab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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