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쿵 소리에 반응하는 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공포물은 못 보지만 스릴러는 무서워하면서도 본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윤오빠와 요즘 개인적으로 예쁘다 생각하는 고민시 배우가 나왔으니 안 볼 이유는 없었다.
매회 시작 부분에서 나오는 이 내레이션이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살아가 때 어떠한 사건을 통해 혼자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친구들도 있고, 가족도 있고,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건을 겪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소리를 듣게 되죠.”라고 인터뷰를 통해 모완일 감독의 말씀은 적어도 지금 나를 표현하는 말이다.
남들에게는 일어나면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할지라도 자신에게 닥치면 사소하지 않은 일들이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쉽게 남들에게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남들도 사소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이유를 대기도 하고, 이런 일들로 힘들어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입증하는 것 같아서 더 숨기기도 한다.
분명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서 나는 쿵! 소리를 들었다. 나만.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자신만 들은 쿵 소리에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 또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드라마에서 류현경배우가 연기한 서은경역이 나와 제일 흡사하다.
멘탈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그걸 숨기고 싶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
다만, 숨고는 싶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
우리 인생이 아무 일 없이 밋밋하기만 하다면 행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
감당하지 못할 일을 맞이하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을 것이고,
의도치 않게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인간 관계도 정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의 동굴에서 오랜 시간 정리하고 동굴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택하는 나는 이번에도 동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만, 그 시간이 길지 않길 바라면서.
(사진-넷플리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