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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Oct 01. 2021

길을 걷자.

《學園》 창간호.


10월이다. 

낙엽을 밟으며 무작정 걷고 싶은 계절,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바로 그 10월의 첫날 아침을 나의 페친 석혜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學園》을 읽으며 보냈다. 세상에... 1952년에 출간된 한국 최초의 청소년 종합잡지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차오르는 감동에 취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인스타에 그 안의 시 한 편을 올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험난한 세월에도... 삶은 흐르더라.


길을 걷자/조병화


길을 걷자.

열매와 같이 익은 심장을 안고

길을 걷자.


가을을 걷자.

낙엽과 같이 나풀거리는 외로움에 쌓여

가을을 걷자.


길.

그리운 것 없이 그리운

하늘을 걷자.

길을 걷자.


마음의 호수를 돌아

가을을 걷자.


1952년이라면 전쟁통이 아니던가. 그런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듯 위험천만한 시절에도 누군가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저렇게 잡지를 만들고 목숨 걸고 출판까지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숙연해졌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 실린 시와 그림부터 일기, 편지, 만화, 학습 취미 강좌, 연재 세계 명작까지... 그 내용의 다양함과 깊이에서 또 한 번 놀랐다. 그야말로 종합잡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너무도 충실한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오전시간을 꼬박 몰입해서 읽고 나니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공부하고 온 느낌이었다. 정말 배운 게 많은 그리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해주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나. 


다시 한 번 그 힘든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이리 의미 있는 일들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이 귀한 선물을 보내주신 나의 다정한 언니 같은 석혜원 선생님께도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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