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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Oct 03. 2020

빅맥지수 1위, 스위스의 최저임금은 얼마?

스위스는 물가가 높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2020년 빅맥지수를 보면 6.91달러로 세계 1위다. 게다가 2, 3위를 차지하는 레바논과 스웨덴보다 1달러가량 높다. (한국 3.75달러)


혀를 내두르게 하는 물가에 어렵사리 적응될 즈음, 그러니까 손을 떨지 않고 카드를 내밀 수 있게 되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한 시간 노동으로 빅맥을 몇 개 살 수 있을까? 한국의 2020년 최저시급 8590원으로는 약 1,98개를 살 수 있다.

 

ⓒ 국제신문, 박기백 기자


스위스는 왜 표에 없는 걸까? 최저시급을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이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였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란 건 의료 시스템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국가의 품격은 취약층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고 믿는 나로서는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최저임금이 없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을까? 최저임금이 없는 이유는 시장의 자유에 맡길 때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수많은 직업에 대하여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다. 국가가 시행하는 최저임금은 없지만, 업종별로 노조와 고용주가 체결하는 계약으로 최저임금을 규정한다. 그러니까 업종별 눈치싸움, 그리고 노사의 협의로 적당한 선에서 임금이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제네바에 있는 다국적 기업, 은행 등은 살아가기에 충분한 임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 내에서는 숙박업, 요식업, 서비스업의 노동자, 일명 비숙련 노동자는 근근이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기 때문에 쉽게 스위스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최저임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민투표의 나라답게 이 또한 투표로 정해야 했다. 2011년 제네바 칸톤(주)국민 투표,  2014년 연방 투표 안건으로 올라갔으나, 두 차례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반대편에 섰던 이들은 보수 우파와 경영진이었다. 최저시급이 높게 책정되면 이를 지킬 수 없는 기업의 경우,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임금을 정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되는 해결책이라고 주장을 내세웠다. 실업을 우려했던 시민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락다운으로 필수 상업만 문을 열 수 있었다. 의료진, 마트 직원, 서비스업 종사자, 청소 노동자는 계속해서 일터로 나가야 했다. 마스크와 같은 기본적인 보호 장비조차 갖춰져 있지 않던 마당에 누가 일을 하고 싶었을까? 누군가는 일을 하기 싫고 두려워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것만 허용된 세상에서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제네바에 사는 친구가 받은 국민투표용지, 최저임금 23프랑 도입안이 포함되어 있다


9월 27일 국민투표에 관심이 모아졌다. 제네바 주 국민투표의 다섯 가지 안건 중에 '최저임금제, 시간당 23프랑'이 찬반투표 의제로 올랐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정당은 최저임금제 도입이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빈곤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향한 연대의 표시라고 했다.

 

각각 최저임금제에 반대, 찬성하는 정당의 벽보


9월 27일 국민투표가 마감되었다. 국민투표에 참가한 제네바 유권자 58%의 찬성을 얻어 다음 달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Les applaudissements, c’est bien. De meilleurs salaires, c’est mieux.' '박수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나은 임금'이라는 슬로건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 코로나로 인한 록다운 이후로 매일 저녁 아홉 시면 창문을 열고 의료진과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렇게 뉴샤텔 주와 주라 주 다음, 세 번째로 최저 시급을 시행하는 주가 되었다. 23프랑이면 약 3만 원, 주 41시간의 노동을 하면 월 4000프랑, 약 5백2십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스위스를 잠시 스쳐 지나기만 한 사람도 결코 엄청난 월급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의 정의 그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 약 3만 명 노동자의 임금에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중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한다.


아직도 한 시간 노동의 대가로 한식당 비빔밥은 사 먹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쯤에서 밝혀두자면 한국에 살 때는 이 정도로 비빔밤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 빅맥 약 3.75개를 사 먹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보다는 좀 나은 셈이다.  




참고

https://salaireminimum.ch/

https://www.rts.ch/info/regions/geneve/11637665-la-bataille-est-lancee-sur-lapplication-du-nouveau-salaire-minimum-a-geneve.html#:~:text=Actuellement%2C%20la%20Convention%20collective%20de,seuil%20%C3%A0%20environ%204000%20fran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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