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다가온 카자흐스탄 해외 봉사 후기(2019.7.30.~8.5.)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며칠 전 같았던 기억의 가닥이
글을 쓰며 한 올 한 올 풀리는 듯하다.
카자흐스탄에서의 7일은 어떤 의미일까.
'따뜻함을 나누며 사랑을 배우고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
이렇게 정리하면 꽤 괜찮은 답이 될 것 같다.
가수 이선희의 노래
「그 중에 그대를 만나」에 이런 가사가 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러시아의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건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괴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주저하지 마라.
나 자신이 스스로의 꿈이 되어라.
그리고 여행하는 모든 땅에 감사하라.
더위에도 추위에도 지지 말고
자신의 세계가 있는 한
너에게는 이루어야 할 것이 있다.
위의 세 문장에서
'사랑'과 '여행'을 '봉사'로 바꾸면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작은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인생은 만남의 이어짐이다.
사람과의 만남뿐 아니라
사물과의 만남, 동식물과의 만남,
대자연과의 만남이 있고
신이나 영적인 만남도 있다.
삶의 기회나 전환점 같은 만남도 있다.
이런 모든 만남 가운데에는
'생각의 만남'과 '생각과의 만남'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앞의 만남은
내 생각이 주체적, 주관적으로
나와 다른 환경 및 변화를 마주한다면
뒤의 만남은
내 생각이 상호적, 객관적으로
외적인 요인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쩌면 봉사란 위의 두 만남으로
일상에 젖은 묵은 생각과 감정을 비우고
새로운 감성을 품은 시선과 가슴을 채우는
또 하나의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아닐까.
나에게는 익숙한 일상이
남에게는 독특한 체험이 될 수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만남은
언제나 기나긴 생각의 물결을
일으키고 퍼뜨리게 한다.
그렇다면 경험 그 자체에
절대적인 평범함과 특별함이
내재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리고 봉사를 하는 이유는
다른 이와 다른 곳으로부터
새롭게 일깨운 감각으로
삶의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삶을 새롭게 그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보는 여유,
조금 불편한 상황도 특별히 여기는 태도,
다른 풍경과 문화에 대해
'싫다, 틀리다, 이상하다'가 아닌
'다르다'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
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마음자리에 비울 건 비우고 채울 건 채우면서 말이다.
사람은 의미를 먹고사는 동물이고
마음먹은 대로 자기 삶을 그려나갈
자유 의지가 있기에.
톨스토이는 그의 마지막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웃에게 봉사함으로써 얻어진다.
봉사할 때 우리 내면에 있는 영혼이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내게도 타인에게도 동일한 영혼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생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긍정 심리학에서는
진짜 행복을 '플로리시(flourish)'라고 한다.
'행복하고 풍족한 삶으로
더 바랄 것도,
더 올라갈 곳도,
더 채울 것도 없는 번성한 상태'다.
여기엔 5가지 요소, 'PERMA'가 필요하다.
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s)
삶의 의미(Meaning)
성취(Achievement)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물질적 풍족이 꼭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살펴보자.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富饒)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사람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
행복에는 PERMA를 통한 주관적 안녕감 상승이 중요하다.
해외 봉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PERMA를
밀도감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영혼을 완성하는 봉사 활동을 떠나보면 어떨까.
국내 봉사도 좋고 해외 봉사도 좋다.
거창한 일정이 아니라도 좋다.
무엇이든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해외 봉사에
꼭 참여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2번의 경험밖에 없지만
해외 봉사란 이런 것 같다.
드넓은 자연 풍경에 취하고
포근한 사람 미소에 반하고
따스한 마음 행복에 잠기는 시간.
국내 봉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상(感想)이지만
해외 봉사에서는 그 감성(感性)과 감정(感情)이 더 깊고 짙다.
아담한 사찰 암자에서 작은 연등을 켜는 것과
확 트인 광야 한가운데에서 큰 풍등을 날리는 차이라고 할까.
지난 일주일간 카자흐스탄에서의 신비하고 신선한 경험은
또 다른 체험을 위한 든든한 씨앗이 될 것 같다.
함께 빚어낸 귀하디 귀한 날들이
모든 분들의 앞날에 은하수처럼 빛나길,
앞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시간을 어루만져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다.
노숙자에서 억만장자가 된 감동 실화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 봉사라는 선물을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가보지 않은 길, 안 해 본 일을 처음 하려면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참가비는 적금으로 마련했다.
없는 돈이라고 눈 딱 감고 1년, 2년 모으다 보면
비용 문제는 얼추 해결이 되었다.
다양한 날짜에 봉사 일정이 있어
시기는 자신에 맞게 정하면 된다.
방학 또는 휴가 기간을 활용해 보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쉴 시간도 없는데 무슨 해외 봉사냐?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 해 보시길,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해외 봉사의 추억은
냉동실에 넣어둔 탐스러운 홍시 같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먹으면
그날의 시원함과 달콤함이
입안에 맴돌고 가슴에 번진다.
여름 모기처럼 성가신 일상을
가을 단풍처럼 설레는 시간으로 만든다.
이런 게 또 다른 '봉사의 맛'은 아닐까.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그릇되게 가지 않기를 바라요.
오늘 내가 걷는 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들의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선 중기 고승이자 승장인 서산대사의 말이다.
우리가 서로 손을 마주 잡으면
왼손밖에 들 힘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오른손을 들어줄 수 있다.
국내 봉사도 그렇지만
해외 봉사에서는
엉성하고 어설픈 나의 빈틈을
빈틈없이 채워주는 배려와 헌신을 만난다.
남을 돕는 줄 알았던 시간이
돌고 돌아 나에게 더 큰 봉사로 다가온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우분투(ubuntu)의 의미를 되새긴다.
카자흐스탄에서 함께 한 시간이
앞으로 해외 봉사에 참여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부 자원과 에너지 사용 유무가 아닐까.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외부 환경과의 끊임없는
물질 및 에너지 대사를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우리 삶은 실로 많은 것에 '빚'을 지고 있다.
공기와 햇살, 땅과 물 같은 자연부터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에다
겹겹이 쌓인 인연의 고리까지.
인간은 종종 자신이 지구 최강이라고 으스대지만
대자연 가이아의 관점으로는
광대한 진리의 바다 해변가에서
작은 조개를 줍는 꼬마에 불구하고
대우주 코스모스의 시선으로는
끝없는 시공의 구석 한편 '창백한 푸른 점'에
기대어 사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 미약한 생명체는
생각을 하기에 특별하고
사랑을 하기에 아름답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운명이 바뀌며
미래가 변하지 않을까.
그 한 가지 방법에 '봉사'가 있기를,
또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두 번째 해외 봉사이자
새로운 첫 번째 카자흐스탄 봉사,
2019년의 여름을 소중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서로 다른 삶과 생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 마음을 공유했다.
빛처럼 아름다운 마음과
소금처럼 고귀한 노력이 만나
기적 같은 나날을 만들었다.
강물이 흘러 바다에 닿고
기운 달이 차서 둥근달이 되듯,
중앙아시아에서 우리가 맺은 인연은
그 빛과 향을 더해갈 것이다.
글은 짧을수록 좋다는데
낯선 곳에서 낯선 느낌이 가슴에 닿으면
샘물처럼 솟아나는 생각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잡아두려 문장이 길어진다.
늘어나는 감상(感想)의 환상(喚想)을
늘어지는 감성(感性)의 잔상(殘像)으로밖에는
표현하지 못하는 부족한 글쓰기 수준이 안타깝다.
단어와 개념을 좀 더 간결히 다듬고 촘촘히 잇도록 하자.
2년 전 봉사를 다녀온 당시
원래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다른 글을 끝내고 후기를 쓸까 했다.
그렇지만 봉사단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카자흐스탄의 추억을 먼저 다듬어 보았다.
돌이켜 보면 이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카자흐스탄으로 오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으로 『독서 희열』원고를 다듬었는데
봉사 덕분에 더 알차고 풍성한 내용을
책 속에 담을 수 있었다.
2년 전 몽골 후기에서
앞으로도 해외 봉사에 꾸준히 참여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에도 한 번 끄적여본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인연 닿은 모든 분들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 봉사할 수 있기를,
낯선 곳에서 꽃 피웠던 사랑과 나눔을
또 다른 곳에서 더 깊고 넓게 빛낼 수 있기를.
2년마다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처럼
격년으로 해외 봉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카자흐스탄 봉사가 그런 전례가 아닐까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앞으로 적금 통장과
더 친해져야겠다.
공부도 더 많이 해야겠다.
그리고 지난 봉사의 추억들을
꺼내보며 더 많이 웃어야겠다.
고마워요, 카자흐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