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2024.8.10.

by 친절한 James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지하주차장에 잠들어 있던 차를 깨웠다.

전원을 켜고 출발했다.

도로를 따라 달렸다.

비슷한 시간, 같은 길, 닮은 풍경이 스쳐갔다.

어제까지는 참 무더웠는데

오늘은 흐리고 비가 오네.

말복에 맞춰 북상하는 태풍이라.

차들의 걸음이 느려지고

사방에 빨간 얼룩이 차창 가득 번져 나갔다.


운전할 때 라디오를 듣는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있다.

익숙한 선율도, 새로운 음색도 나온다.

처음 알게 된 음악가로부터

선물 같은 멜로디를 받기도 한다.

유명한 작곡가의 신선한 가락은

즐거운 놀라움을 안겨준다.

계절이 묻어나는 단풍처럼

마음속 음악지도가 물이 들며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이다.

편안한 풍성함이라고 할까.


날씨 소식이 이어졌다.

이번 태풍은 우리나라를 관통하고

위력이 강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네.

이름을 달리하며 매년 찾아오는 바람 손님.

먼바다에서 태어나 물길 따라 하늘길 따라

방문하는 열대 저기압. 문전박대가 어려운

고질적인 말썽꾸러기 나그네.

피해가 없도록 조심해야 할 시간이다.


음악과 태풍, 오늘 아침을 여는 운전 친구다.

이 둘은 시작과 끝이 있을까.

음악에는 도입부와 최고조, 후렴부 등이 있다.

악장이나 작품번호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짧으면 몇 분, 길면 몇 시간씩 이어진다.

한 곡이 끝나도 작곡가나 가수, 연주자는

다른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

노래 하나하나가 마디처럼 이어져

또 다른 음악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음악 속에 빠져있으면 어제 본 잡지 이야기처럼,

바닷물 한 방울에도 담겨 있는 미생물이

된 기분이다. 가락의 물결 속을 끊임없이

헤엄치는 작은 생명체,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수평선을 향하는

기약 없는 떠남.

음악은 인생을 닮은 것 같다.

시작과 끝이 있지만

동시에 시작도 끝도 없는 이어짐.


태풍은 어떤가.

매년 이름이 다르고 방향도 바뀌지만

반복적인 지구의 리듬으로 생겨난다.

음악처럼 한 곡이 끝나도

다음 곡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한다.

세대를 잇는 가족처럼

비바람의 유전자는

끊이지 않고 새로워진다.

태풍은 태양이 있고 바다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태풍이 없다면 그건 살기 좋은

지구가 아닐 수도 있겠다.


오늘의 만남이

첫 시작도 아니고 마지막 끝도 아니다.

크고 작은 흐름 속 파동처럼 진동하는

인연의 고리. 음악도, 태풍도 그렇듯

우리의 관계 맺음,

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아, 이제 도착했다.

오늘도 파이팅이다.


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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