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찰스 라이트의 작품에서
2024.8.11.
by
친절한 James
Aug 11. 2024
8월 중순이다.
하루 더해가며
온도를 높여가던
날씨가 무르익었다.
살결이 따가운 햇살,
살충제처럼 숨 막히는 더위에
숨이 벅차다.
헤어드라이어 같은 바람에
땀은 멈추지 않고
오븐 속을 걷는 기분이다.
온열질환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
양산은 남녀노소 필수가 되었다.
휴가 인파에 휴양지는 들썩이고
출퇴근길은 한산해졌다.
이미 다녀온 사람은 아쉬운 추억을,
이제 다녀올 사람은 설레는 기대를 품고
여름날을 보내고 있겠지.
지치기 쉬운 계절, 그래도 뜨거운 여유를
꿈꿀 수 있는 여백이 담긴 시간이다.
온 세상이 다 녹아내릴 것만 같던 나날,
태풍이 온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다른 나라로 비켜갔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보통 바다를 걸쳐 지나던 경로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관통한다고 한다.
태풍의 눈이 국토를 훑으며
나선팔로 곳곳에 비바람을 흩뿌릴
예정이라고 한다.
안전 대비, 시설물 주의 알림이
삐삐삐 줄을 잇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짙푸른 하늘에
포근한 뭉게구름이 가득했는데
이젠 희뿌연 연회색 비구름이 빽빽하다.
그칠 줄 모르는 비와
멈출 줄 모르는 바람이 거리를 메운다.
더위, 비, 고온다습, 햇살...
여름의 상징들이 여울져 흘러내린다.
창문을 열면 빗소리가 새어든다.
물멍이나 불멍처럼 비멍을 해볼까.
수직으로, 사선으로 흔들흔들,
조르바의 춤처럼 자유롭게 넘실대는
빗줄기의 무도회.
짧은 스타카토가 무수히 이어져
대지를 두드리다가 강물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겠지.
여름의 불청객이 지나갔다.
곳곳에 상처를 할퀴고 갔다.
태풍을 못 오게 할 수는 없을까.
대자연 앞에 인간은 미약하다.
얄궂은 녀석이지만
태풍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
비가 그쳤다.
다시 해가 났다.
기온은 내려갔고 공기는 상쾌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
단풍잎 머금은 가을이 오기까지,
한여름 수놓은 매미가 가기까지,
가슴에 품은 열정이 익기까지
우리의 빛나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기에
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청춘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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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9
03
물 위에 비치는 빛의 모양
04
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05
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찰스 라이트의 작품에서
06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
07
당신이 아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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