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비치는 빛의 모양
2024.8.9.
by
친절한 James
Aug 9. 2024
맑은 날이다.
하늘 높이 해가 빛나고
파도소리가 시원하다.
하늘을 닮은 바다는
구름을 담은 포말로 흩어진다.
엊그제까지 흐리고 비가 왔는데
어제 아침부터 화창했다.
여기는 해변 카페,
바다 물결이 손에 스칠 듯 가깝다.
Y는 늦은 오전부터
창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슈크림처럼 하얀 폴딩도어는
꽃에 내려앉은 나비 날개처럼
가지런히 접혀 그윽한 바다향기를
마음껏 들이치게 했다.
알록달록 치장한 드림캐쳐 무리가
하늘하늘 춤추며 쨍그랑 떠드네,
산뜻한 짭짤함. 지금 딱 그런 기분.
주문한 차가 나왔다.
은은한 꽃향기와 상큼한 베리 맛이
돌돌 감도는 홍차, 한 모금 머금고
바다 보고 눈을 감았다.
따뜻한 목 넘김이 간질간질,
Y는 감각을 집중해 보았다.
그리고 눈을 뜨고 미소를 지으며
내뱉는 향긋한 한마디, "아, 좋다."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매장을 한 번 둘러볼까.
비수기 평일 오전, 한가하구나.
새하얀 공간을 가득 채우는
하프시코드 선율이 청명하고 섬세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은 기념품들이 아기자기,
아프리카 느낌이 많은 것 같고
남미 감성도 느껴지는 것 같아.
Y는 자리로 돌아와 찻잔을 들고
주변 테이블을 훑었다.
손님은 자기밖에 없었다.
테이블마다 모양이 달랐다.
"밖은 너무 눈부신 것 같아."
외부자리로 나가려던 Y는
작은 파랑 물방울 모양 자리로 갔다.
풍경도 잘 보이고 음악도 잘 들리네.
포근한 초록 쿠션에 몸을 기대니 좋다.
카페 내부를 두리번거리던 Y는
다시 바다를 응시했다.
그래, 바다다. 좋아.
율동적인 평화로움이 안정감을 주었다.
여기, 육지에서 바라본 바다,
이때는 좋은데 바다 위라면 또 다를 테야.
인류사에서 수많은 생사가 오갔던
극한의 터전이었을 거야.
지나온 시간도 그래.
그때는 힘들고 슬펐어.
지나고 보면, 뭐랄까,
물론 가슴은 아픈데
뭔가 세월의 손길에
토닥거림 받는 기분이랄까.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어제는 크고 풍성한 구름이
산맥처럼 곳곳에 솟아있었다.
오늘은 얇은 반죽처럼
팔랑거리는 감촉이랄까.
계란 흰자에 둘러싸인 노른자처럼
구름이 해를 품었다.
얇은 틈새로 빛이 빠져나와
바다를 비췄다.
금박지 같은 황금 카펫이
물결 따라 넘실대며 Y를 향해 펼쳐졌다.
하늘로부터 받은 초대일까.
물 위에 비치는 빛의 모양이
인상 깊은 하루였다.
물 위에 비치는 빛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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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9
01
모든 것은 의미를 지닌다
02
꿈속에서는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었다
03
물 위에 비치는 빛의 모양
04
그것은 시작도 끝도 아니다
05
그럼에도 아직은 여름이다-찰스 라이트의 작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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