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차를 몰고 운전하기
2024.9.24.
by
친절한 James
Sep 24. 2024
"와우, 바로 이거지!"
깊어가는 액셀의 압력이 가속도로 치솟으며
묵직한 공기를 가르며 달려갔다.
풍경은 순식간에 뒤로 스쳐 지나가며
우렁찬 엔진 소리에 묻혀 버렸다.
텅 빈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새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굉음과 함께 멀어져 갔다.
"대박이다!"
C가 차창을 내리고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손바닥에 부딪치는 공기 분자들의
묵직한 밀어냄이 좋았다.
이 저항감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니
잠깐이나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죄책감도, 무력감도, 두려움도
바람에 멀리 사라지는 걸까.
"어때, 최고지?"
F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거드름을 피웠다.
"거봐, 내가 하자는 대로 하니까 좋잖아.
망설임은 잠시, 그냥 순간을 즐기는 거야."
F는 자기 차가 아닌데도
운전을 능숙하게 했다.
불과 1시간 전,
C와 F는 한밤의 어둠을 몰아내는
편의점 조명 옆에서 캔맥주를 들이키며
신세 한탄에 빠져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취준생 신분은
언제쯤 막을 내릴까,
결혼은 사치고 연애는 할 수 있을까,
긴 넋두리를 끝내고 기분을 바꿀 겸
각자의 소원을 하나씩 말하고 있었다.
C가 다시 말을 꺼내다가 깜짝 놀랐다.
방금 뱉은 말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다니, 꿈일까.
꿀꺽, 맥주에 젖은 긴장을 한 모금 삼켰다.
이건 진짜야, 타보고 싶은데...
간절한 눈빛이 드림 카에 꽂힌 C를 보고
F가 재빨리 외쳤다. "가자!"
차주는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일까.
그녀는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시동을 켠 채로.
C와 F는 눈을 마주친 뒤 냅다 달렸다.
그들은 차문을 열고 몸을 쑤셔 넣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급히 뛰쳐나오는 그녀를 비웃으며.
국도를 달리다 보니 시시해졌다.
고속도로로 나가볼까.
공항에 한 번 다녀올까.
시간이 지날수록
대담성이 커졌다.
"차는 어떻게 하지?"
C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그 자리에 놓고 튀자."
F는 항상 거침이 없다.
닮고 싶기도 하고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한 성격.
C는 달려가는 스포츠카 조수석에서
꼼지락거리며 밤공기 가득한
시커먼 도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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