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에 대해 써라
2024.9.26.
by
친절한 James
Sep 26. 2024
"촤아~~~"
물이 쏟아진다.
길쭉한 물줄기가 몸에 닿아 아래로 흐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고도는 촉촉한 그리움이 반갑다.
하루의 시작 또는 끝에,
중간이 될 수도 있고 그 어느 때인가
마주하는 풍경, 샤워다.
샤워(shower), 소나기처럼
뿜어 나오는 물로 몸을 씻는 일.
'show'에 'er'이 더해졌다.
물이 쇼처럼 쏟아지는 걸까,
샤워란 행위가 쇼인가,
샤워하는 사람은 쇼하는 사람일까.
성별과 나이, 지위고하, 국적불문
우리는 몸을 씻는다.
물에 몸을 담그거나 씻어낸다.
어딘가에 담겨 있거나 흐르거나
물은 예부터 '정화'와 '순수'를 뜻했다.
몸과 마음을 정결케 하고
새로운 생각과 다짐을 굳게 한다.
침례(浸禮)가 대표적이다.
온몸에 물을 적셔
다시 살아남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샤워할 때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깨끗하고 상쾌한 심신으로 재탄생한다.
잠들고 깨어나 또 다른 하루를 살듯
샤워하고 나서 또 신선한 시간을 맞이한다.
그동안 쌓인 세간의 찌꺼기를 털어내고
가려진 영성의 빛망울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순간이다.
샤워를 할 땐 마음을 비워본다.
걱정과 감정을 덜어내고
흐르는 물에 집중한다.
잡념은 끊어지고
물의 감촉과 온도에,
물줄기의 흐름과 압력에 몰두한다.
눈과 입은 다물고 마음을 연다.
일정한 물소리가
깊은 평온의 골짜기로 나를 인도한다.
동물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는
목장에 맑은 햇살이 걸려 반짝인다.
입에는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가 걸리고
산들바람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작은 왈츠가 사랑의 인사를 건넨다.
발끝이 까딱까딱 고개가 흔들흔들
물은 찰랑찰랑.
소소한 빗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나는 빗방울이 되어 세상을 여행한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건너
산과 들을 지나 강을 흐르고
마침내 바다에 닿았다.
다시 증발해 위로 위로 솟아오른다.
달에 닿고 태양을 스쳐
드넓은 우주 별의 고향 끝까지 달려가보자.
눈을 떴다.
이제 마무리하고 나갈 시간이다.
지구 어느 한 구석에서의 샤워,
오늘도 즐겁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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