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때-메리 올리버
2024.9.27.
by
친절한 James
Sep 27. 2024
M은 잠에서 깼다.
또야.
캄캄한 방구석에 누워있는 몸.
몇 주째 같은 꿈을 꾼 거야.
항상 이때쯤 눈을 뜨는데
다시 눈 감기 어렵다.
걱정과 잡념이 뒤섞이고 뭉쳐
머릿속을 꽉 채워버리니까.
괴롭다.
도대체 왜 이럴까.
M은 혼자 살고 있다.
부모님은 지방에 사셨다.
농사밖에 모르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3년쯤 되었나.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신데
항상 괜찮다고만 하신다.
그래도 오랜 이웃들이 주변에 있어 다행이야.
큰형은 집 나간 지 오래다.
아버지와 많이 다투었지.
M이 고등학생 때 그는 집을 떠났다.
돈을 많이 벌어오겠다며,
가난한 농군은 지긋지긋하다며
그렇게 떠나 연락이 끊겼다.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도,
기일 때도 얼굴을 못 봤다.
그럴 만도 한데
또 그러면 안 되지 않나.
M은 이번에도 같은 소리를 중얼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둠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공간이 새파랗게 쪼그라들었다.
침대 하나, 작은 책상과 의자가
다닥다닥 붙은 원룸,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같았다.
전액 장학금 따라 정한 학과라
별 흥미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마쳤다.
알바를 계속했는데 한 곳에
오래 다니는 건 힘들었다.
누구에게 도움 받기 어려우니
어쨌든 살아 나갔다.
학교 주변 고시원을 섭렵하다 보니
좁은 공간에 익숙해졌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된 걸까.
꿈도 희망도 딱 그만큼 멈춰버렸다.
어렵게 구한 작은 직장에서
숨이 좀 트였는데 사실 고만고만했다.
돌이켜 보면 외로움을 느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외로움은 사치라고 할 만큼
비장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돌려도 볼만한 채널이 없는
TV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소리 없이 차오르는 밀물처럼
쓸쓸함은 M의 가슴 아래에서
갯벌처럼 찐득거리고 있었나 보다.
꿈은 이랬다.
어두운 동굴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봐도 암흑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겁이 났다.
앞으로 뛰어가면
따라오는 소리도 같이 달려왔다.
저 앞에 입구가 빛나는데
아이코, 넘어졌다.
뒤에서 무언가
기분 나쁜 물컹함이 M을 덮쳤다.
전신을 감싸는 끈적거림과 흐느적거림.
숨이 막혀 캑캑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이건 뭘까. 슬픔일까, 외로움일까.
슬픔이라면 어떻게 보내야 할까.
외로움이라면, 외로움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다.
다시 자야겠다.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로움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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