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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터 Apr 10. 2024

쿠알라룸푸르의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쿠알라룸푸르에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다

이슬람 문화에 대해 하는 게 별로 없었다. 사원을 들어가려면 긴바지를 입어야만 한다는 문구를 읽어본 게 몇 번 전부였다. 여러 나라에서 무슬림인 친구들을 만났지만, 무교, 불교, 기독교 친구들과 차이점은 없었다. 기도 시간이 오면 오히려 먼저 양해를 구하고 기도를 드려도 괜찮겠냐는 섬세한 친구도 있었다. 그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을 가본 적이 있는 친구들은 어떤 도시를 갔냐는 질문에 이태원이라고 답했다. 처음엔 이태원 클래스라는 유명한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거기엔 외국인들이 많으니까 편하게 다녀오는 그 느낌일 거라고 짐작한 게 전부였다.


마지드 자멕 이슬람사원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첫 여행지는 마지드 자멕 이슬람 사원이었다. 지하철역이랑 가깝고 그 주변에 다양한 관광지가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입구에서 보라색 가운을 입고 내부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예배당에 안내를 해주시는 분이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한국어로 나를 반겨주셨다. 그러곤 나에게 물으셨다.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에 가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답하자. 서울에서 온 게 아니냐고 물었다. 서울에 살지만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태원에 모스크가 있고 두 번 정도 다녀오셨다고 말했다. 그러곤 서울이든 이곳이든 메카를 향한 방향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고. 미흐랍이 메카 방향으로 세워져 있는 구조물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쿠란(경전)을 보여주시고 미흐랍 앞에서 기념사진도 남기라며 사진까지 직접 찍어주셨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


마지드에 계신 선생님이 설명을 잘해주신 덕에 아무것도 모른 던 때보다는 이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지만 흩어져 있던 정보가 합쳐진 것은 이슬람 예술 박물관을 방문한 뒤였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박물관에는 다양한 이슬람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유난히 선을 사용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상숭배를 막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 그림 및 조각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하학적인 무늬나 서체 예술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마지막 전시관인 3층에는 다양한 나라에 있는 모스크의 미니어처가 있어서 각 나라에 어떤 특징을 가지고 모스크가 건축되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 건물 자체도 모스크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었다. 돔 형태의 천장, 중정과 기하학무늬를 가진 외벽의 타일 등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후에는 외관만 보고도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


개인적으로 이슬람 예술 박물관이 다녀왔던 박물관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그 이유는 중정 때문이었다. 다른 박물관은 작품의 보존이나 전시관의 분위기 때문에 내부엔 자연광 없아 조명으로 꾸며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은 건물 내부에 중정이 있어 외부로 쉽게 드나들 수도 있었고, 햇빛이 건물 안을 밝게 비춰 건물 안이지만 마치 자연과 연결된 통로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투명한 유리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자연광을 맞으며 내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 아예 밖으로 나가 커다란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또 햇살을 받으며 잠시 눈을 감은 사람들의 평화로움이 어떠한 예술 작품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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