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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터 May 08. 2024

백만 원으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쿠알라룸푸르에서 혼자 살면 한달에 얼마 쓸까

‘2천 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비슷한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추천될 때마다 생각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국밥이 만 원이었으니까. 이 돈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는 5끼를 먹을 수 있는 건가? 입김이 펄펄 나오고 패딩에 목도리 장갑을 끼지 않으면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한국의 겨울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서울에서 자취생으로 살면서 책정한 최소 생활비가 100만 원이니까 말레이시아에서 100만 원만 쓰면서 여행하면 돈을 과하게 쓰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문화도 체험하는 1석 2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숙소를 한 달이나 예약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문제는 한국이 겨울이면 동남아는 건기로 극성수기였다.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 여행하기 좋은 2월 쿠알라룸푸르의 숙박비는 평소보다 비쌌다. 60만 원의 숙박비에 세금까지 합쳐지니 육십 구만 원이었다. 백만 원 경비 중에 벌써 70만 원을 사용하게 돼버렸다. 더구나 편도 비행기로 20만 원을 지출하니 남은 돈은 10만 원 남짓이 전부였다. 아무리 물가가 저렴한 도시라도 10만 원으로 여행하는 건 무리였다. 공항에 도착해 구매한 유심이 약 만 원,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느라 탔던 택시비가 2만 원으로 도착과 동시에 3만 원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도착해 버렸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최대한 적게 쓰면서 살아남는 수밖에.


아침으로 먹은 계란


사실 숙소에만 있어도 아쉬울 게 없었다. 한 달 내내 야외 수영장과 온수 풀장을 넘나들면서 수영만 해도 너무나 행복할 테니까. 하지만 도착한 지 며칠 만에 ‘여기까지 왔는데’ 병에 걸려버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병은 최저 비용으로 여행하겠다고 다짐해 놓고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여행경비를 늘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중교통만 이용하겠다던 다짐과 현지 식당의 저렴한 음식만 먹겠다는 의지는 흐려지고 어느덧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며 그랩을 부르고 한식이 그립다며 비싼 김치찌개를 시켜 먹곤 했다. 더구나 앞으로 여행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으니, 여행으로 쓰는 돈은 모두 투자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여행 관련한 콘텐츠를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 분명 한국에서는 인스타도 만들고, 유튜브도 새로 시작하고 브런치에 글도 열심히 올리려고 다짐했었으면서. 심지어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던 브런치에 올리는 글마저 뚝 끊지고 말았다. 


숙소 앞에 있던 공원에서

그렇게 여행을 신나게 즐기고 보니 남은 숙박 기간은 고작 일주일 뿐이었다. 온라인으로 소설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는 데 한 친구가 말했다. “저는 월터 님이 거기 가시면 매일 글 올리시고 1등으로 숙제 제출하실 줄 알았어요.” 그 말에 머쓱하게 웃으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스터디 숙제 제출 기한을 일주일이나 늦어버렸다) 결국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써의 본격 도전은 잊은 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동안 재미나게 논 관광객이 되어버렸다. 허무하게도 나의 첫 해외 한 달 살기는 아무런 결과도 남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럼 아끼지 않고 정신 놓고 쓴 쿠알라룸푸르 한 달살이 경비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돈 아끼는 것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했다고 생각하고 200만 원 정도 쓴 거면 어쩌나 걱정한 게 무색하게 경비가 적게 들어 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숙박 항공료까지 포함하면 1,546,041원이 들었으니 조금 늦었지만, 이 경비만큼의 콘텐츠를 앞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럼, 모두 기대해 주시길.



<비행기와 한 달 숙소비를 제외한 생활비>

한 달 식비 395,319원

말라카 숙박비 20,000원

교통비 82,109원

필름 카메라 48,364원

기념품 30,369원

이외 기타 79,880원


총 656,04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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