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터 May 01. 2024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친구와 마동석을 외치다

말레이시아의 인기 배우 그 이름은 바로 마.동.석.

페낭에서 짧은 여행을 마치고 랑카위 가기 전날이었다. 아무리 검색해도 페리와 버스 혹은 기차 예약하는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이나 지냈기 때문에 지하철, 시내버스, 시외버스, 지하철, 공항철도 모든 교통수단은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국어로 된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 랑카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몇몇 정보들이 있긴 했으나 버스 3번, 페리 2번, 기차 1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어려운 방법밖에 없었다. 그것 또한 기차역과 페리 선착장과 거리가 있어서 끝없는 이동과 명확한 시간표가 없기에 마냥 따라 하기에도 불안했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아주 쉽게 랑카위 공항에 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지만 2만 원짜리짜리 비행기 티켓은 장기 여행의 큰 짐을 포함하면 7만 원이 훌쩍 넘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쓴 하루 평균 경비가 2만 원인 거에 비하면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다. 결국 안전과 편안을 위해 돈을 써야할지 마음이 약해지던 중 그랩 기사 레자를 만났다.

페낭 일몰 맛집 Pantai Batu Feringghi


숙소와 한 시간 정도 거리가 있는 해변에서 일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랩을 부르려던 참이었다. 시간이 늦었고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랩이 잡히지 않을까? 해변까지 올 때 했던 걱정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이용할 수 있는 차가 없습니다,”라는 안내는 컴컴한 하늘과 푸른 물이 검게 물든 채 어떠한 형태도 없이 파도 소리만 울리는 바다와 같았다. 다행히 레스토랑 직원이 대신 그랩을 불러주었고 안전히 숙소로 돌아가는 차에 탈 수 있었다. 그랩 기사 레자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차에 타는 나와 친구를 보고는 레자는 놀란 표정을 하고 물었다.


“아 유 코리안?”


그렇다고 답하자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본인의 핸드폰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물었다.


“아 유 나빌라?”


그랩을 부르면 승객의 이름이 뜨는데 한국인이 말레이시아인의 이름을 갖고 있어서 놀란 모양이었다. 레스토랑 직원이 그랩을 대신 불러줘서 그렇다고 말하니 레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한국인 이름이 나빌라일리가 없는데 너무 놀랐잖아!”


그 덕에 우리는 함께 웃었고,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풀려버렸다. 말레이시아 여행 기간과 가본 곳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하다가 내가 물었다.


“혹시 랑카위 가는 법 알아?”


하늘이 이렇게 물드는 일몰이 있다니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와 비슷한 경로를 레자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서 말해준 경로로 가고 싶은데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도 예매할 방법이 없다고 하자 레자가 말했다.


“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더니 레자는 본인의 핸드폰에 깔려있던 KTMB앱으로 랑카위까지 가는 길에 있는 기차역 도착지와 출발지를 설정하는 법을 알려줬다. 나도 여러 번 시도했던 방법이었지만, 검색하는 탭이 달랐다. 알고 보니 경로와 방향에 따라 선택을 다르게 해야 했던 것이었다. 레자가 몇 번 검색하자 어렵지 않게 예매할 수 있는 표들이 나왔다. 하지만 기차를 이용한다면 또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했기에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페리 선착장까지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고 답한 레자는 또 본인의 핸드폰에서 버스 예매가 가능한 앱을 보여주었다. 그 앱은 말레이시아 공식 버스 앱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밤새 찾아도 알 수 없었던 페낭에서 랑카위 가는 방법을 현지인의 몇 마디로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너는 천사야.”


내가 기쁜 표정으로 말하자 레자는 잡고 있던 핸들을 치며 웃었다. 그러고 레자는 한국 영화 ‘범죄도시’와 마동석 배우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본인도 마동석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친구는 마동석이 햄스터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사진을 레자에게 보여주고 우리는 함께 말했다.



“그는 멋지고 힘도 세고 귀엽지!”


나는 한국에서 왔고 말레이시아에서 지역을 이동하는 교통수단 하나 쉽게 예약하지 못하지만, 같은 영화를 보고 함께 한 배우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지리적 특징을 가진 나라에서 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여행을 통해 내가 말레이시아를 알아간 것처럼 그는 영화를 통해 한국을 알아갔다는 사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가 마동석 배우의 팬이기에 차를 탔을 때 한국인임을 알아봤고, 그로 인해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었다는 게 마치 영화같았다. 그리고 귀찮을 수도 있었던 나의 여러 질문에 기꺼이 핸드폰 검색을 해가며 정보를 알려주려고 노력해 준 레자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고 여행 중에 있던 일 중에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Terima kasih Reza"


이전 05화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어로 신년운세를 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