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당신과 나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by 나다움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명확하지 않다. 나의 첫 책이 출간된 날이라 브런치 및 지인들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고, 업무상 출장으로 오전에 서울고등법원과 오후에 서울 행정법원을 동시에 다니며 하루 종일 법원과 그 근처에서 죽치고 있었고, 퇴근해서는 아이들의 감기로 약 먹이고, 호흡기 치료를 하고, 코 빼 주고, 등 두드려줘서 겨우 재웠다. 공백 없이, 빈틈없이 꽉 찬 하루를 보냈는데 뭔가 허전한 이 느낌은 뭐지... 했는데. 아뿔싸. 내가 놓친 것은 바로 방탄소년단 컴백일이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음악방송 방송권을 검색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흑.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 그렇게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금요일에 3일 치 스케줄에 버금가는 양을 하루에 다 처리하고는 다음날은 몸살로 몸저 누었다.(이렇게 매번 몰아서 처리하고 아플 거면, 조금씩만 하자고 다짐한다.)

< 새벽기상 후 엄마랑 놀겠다고 들뜬 아이들과 닮았다. 잠깐만 기다려봐, 엄마 운동하고 올께 하고 진정시키는게 나를 닮았다 >

일요일 아침에 6시면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아들들 덕분에, 일요일에는 더욱 신나게 늦잠 자서 새사람이 되기는 그른 어머님 아들 때문에, 집에 있으면 더욱 아픈 것 같은 나는 7시에 육아 탈출 겸 강제 운동으로 자전거를 타러 간다. 아직 몸살 기운이 남아있었으나, 새로 컴백한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다 보니 몸살이 엄살이었나 싶었다.(참고로 앨범을 다 듣고 오다 보니 1시간 30분을 자전거를 탔다. 돌아온 후 더 아파서 약을 먹었다. 다시 한번 적당히 하자고 나 자신과 약속한다.) 자전거로 한참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평지에 도달하는데, 이 곡이 흘러나온다.



Was it honestly the best? 'Cause I just wanna see the next

부지런히 지나온, 어제들 속에 참 아름답게

Yeah, the past was honestly the best

But my best is what comes next
I'm not playin', nah for sure
그날을 향해 숨이 벅차게
You and I, best moment is yet to come
Moment is yet to come

다들 언제부턴가 말하네 우릴 최고라고
온통 알 수 없는 names, 이젠 무겁기만 해


노래가 좋았다고, 그저 달릴 뿐이라고
Promise that we'll keep on comin' back for more

너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 여전한 소년이 있어
My moment is yet to come, Yet to come

Uh, 당신은 꿈꾸는가, 그 길의 끝은 무엇일까
Moment is yet to come, yeah
Uh, 모두가 숨죽인 밤, 우린 발을 멈추지 않아
Yet to come

Uh, we gonna touch the sky, 'fore the day we die
Moment is yet to come, yeah
Uh, 자 이제 시작이야, the best yet to come

언젠가부터 붙은 불편한 수식어
최고란 말은 아직까지 낯간지러워
난 난 말야 걍 음악이 좋은 걸
여전히 그때와 다른 게 별로 없는걸


아마 다른 게 별로 없다면
You'll say it's all a lie, yeah
난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었다 해, a new chapter
매 순간이 새로운 최선, 지금 난 마치 열세 살
그때의 나처럼 뱉어, huh

아직도 배울게 많고, 나의 인생 채울 게 많아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내 심장이 말하잖아
We ain't about it, 이 세상의 기대
We ain't about it, 최고란 기준의 step
We ain't about it, 왕관과 꽃, 수많은 트로피
We ain't about it
Dream and hope, and goin' forward
We so about it
긴긴 원을 돌아 결국 또 제자리, back to one

So was it honestly the best? (The best)
'Cause I just wanna see the next ('Cause I just wanna see the next, yeah)
눈부시게 지나온
기억들 속에 (속에) 참 아름답게 (답게)
Yeah, the past was honestly the best (The best)
But my best is what comes next (But my best is what comes next, yeah)
We'll be singin' till the morn
그날을 향해 (향해) 더 우리답게 (답게)
You and I, best moment is yet to come


-Yet To Come (The Most Beautiful Moment), 방탄소년단-

https://youtu.be/kXpOEzNZ8hQ


* 보통은 BTS 가사 중 내가 특별히 마음이 머문 부분을 중심으로 적는데, 이번 노래는 어느 부분을 생략하는 게 어려워서 중복되는 가사만 빼고 전체를 적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보일 때 보이지 않았던 드넓은 풍경이 펼쳐진 게 좋아서일까, 아니면 힘겹게 페달을 구르느라 힘들어서였까, 아니면 절묘한 타이밍에 나온 멋진 신곡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에게 눈물이란 보통은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답답할 때 터지는데 이번엔 그런 게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면, 이 가사 "moment is yet to come, Yet to come"란 문구가 가슴에 콱 박혀서 눈물이 핑 돌았다.

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 그들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그 말에 어딘지 동질감을 느꼈다.

나는 세계 정상은 커녕 우리 집 3명에게 인기투표조차 몰표를 못얻으며(이유는 어머님 아들), 10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 아직도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두려움이 앞서며 이젠 좀 편한 일을 하고 싶다.(실상은 티도 못 내고 괜찮은 척, 사람 좋은 척하느라 더 힘들다. 하하) 게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육아와 직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새벽시간에 틈틈이 글을 쓰고 덜컥 출간까지 했기에, 아무것도 없는(?) 나를 믿고 책을 출간해준 출판사를 생각해서 최소한 초판은 얼른 다 팔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홍보에 열을 올린다.(나는 나보다, 출판사가 걱정된다. 나 때문에 망하는 거 아냐? 하고... 하하하)

이렇게 BTS처럼 한 분야의 '최고'와는 거리가 먼, 그냥 뭐가 잘될지 몰라 문어발처럼 '최다'를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얘기해준다. 그래, 아직 나에게 "그 순간은 오지 않았다"라고, 그러니 힘을 내보자고. "나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있는 소녀"에게 말해준다. "아직도 배울게 많아"서 "인생에 채울게 많은" 그 소녀에게 "내 심장이 말하는 것"을 따라가 보라고 격려한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 "변화는 많았지만", 소녀의 마음으로 꿈꾸던 나는 "변함없기에". 비록 시작은 미약하고,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해내야 하기에 잘할 수 없는 구조에, 어디서든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지만 굴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공백 없이 보내려 한다.

사실 내 책이 출간되자, 가장 좋은 것은 나보다 더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내 주변인들의 따뜻한 반응이었다. 저자 소개에 실린 환하게 웃고 있는 나와는 달리, 숨죽여 울어야 했던 날들이 더 많았음을 아는 지인일수록 더욱더 격하게 환호해주고 기쁨의 감정을 즐길 줄 모르는 나를 위해 한껏 과장해서 더 축하해줬다. 힘들 때도 그렇지만, 기쁠 때 나의 이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했고 감사했다.

축제는 끝났다. 이제 다시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나를 밀어 넣어야 할 시간이 남았다. 다음 주에도 법원에 가야 하고, 난생처음 드라마에서 보던 증인신문을 내가 해야 한다. 작사 학원에서 내준 과제 피드백을 들으며 지금이라도 환불을 해야 하나를 고민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감기는 더 심해져서 이번 주도 '밤에 숙면 취하기'는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또 도전한다. 내가 거친 경험과 시간들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것들을 승화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찾아서.

사실, 나의 이런 '내 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넣으며 바쁘게 살기'를 심리상담선생님들은 그리 좋게 보지는 않으셨다.(내가 워낙 확고하기에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으셨고 간접적으로 나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시거나,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말해주셨다.) 왜 그렇게 나 자신을 나노단위 시간관리를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심리상담선생님 : 시간이 한참 지나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사실, 전 00님이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쓰는 것을 그리 좋게만 보지 못했어요. 자신을 혹사시켜가면서까지 무언가에 매진하는 00님이 가끔은 속상하기도 했어요.


나 : 선생님은 아셨군요. 하하하. 예전에는 모르고 그랬을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알아요. 제가 무언가를 찾아서 몰두하는 것, 그게 심지어 제 건강을 해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노력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몰아치는 생각과 감정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일종의 도망이죠, 제 감정을 읽어주고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다독여주기 보다는 지금 현재 내 눈 앞에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이게 더 가치 있는 일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며 급한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실제로 글을 쓰는 일이 제 유예된 감정을 읽어주는 일이기도해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편안한 선에서 저의 취미부자(?)생활을 즐깁니다. 하하하.


심리상담선생님 : 대단하세요. 모든 사람들이 00님처럼 승화시키진 않아요. 00님은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연습이 필요해요.


나 : 네. 여전히 저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게 쉽지 않지만, 연습은 해봐요.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을 내 친한 친구가 겪고 있다면 뭐라고 할까?하고요. 그럼 칭찬도 많이 하고, 위로도 잘 해주거든요. 남들에겐 여유로운데, 나 자신에게는 너무 엄격해요. 하하하. 지금도 보세요. 어떻게 보면, 저의 아픈 시간들을 써내려간 글이 책으로 나왔는데 그런 나자신에게 또 다시 '책 홍보'라는 '할 일'을 쥐어주고 채찍질하고 있으니까요. 의식적으로 연습이 필요해요.


방탄의 앨범이 나온 날, 내 책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앨범을 계속 낼 테지만, 나는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내 인생에 최고의 순간일 테지만, 아직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대신, "긴긴 원을 돌아 결국 또 제자리"에 있는 지금의 나에게 "그날을 향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동시에 지금 이순간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위로의 말도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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