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렇게도 부를 수 있다고?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by 나다움

무슨 음식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순간이 있다.

무슨 노래를 부르냐 보다 누구를 생각하느냐가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요새 하루 종일 주제가처럼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듣는 노래, 바로 방탄소년단의 "For Youth"에서 그것을 여실히 느꼈다.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baby
Every time I miss you (miss you)
습관이 돼버린 그 말 (It's so true)


눈을 떠보니 십 년 전 논현동을 서성이던
너무 쉽게 울었고 너무 쉽게 웃던 때
많은 계절 뒤에 겨우 뒤돌아봤을 때
You always here with us together
And every second was forever, oh


측정할 수 없는 마음, 미끄러지던 내 삶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깨지 않길 바랬던 밤 (wake up)
이젠 네가 있는 여기
This a new home to me, 언제든 돌아올 테니까
Baby, don't you worry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모두 다 길이 될 테니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baby
Every time I miss you (miss you)
습관이 돼버린 그 말 (It's so true)


You're my best friend, For the rest of my life

하나, 둘, 셋, 우리의 합
Ayy 잊지 못해 모든 순간 ayy
Oh 나의 봄날을 책임져준 flower, 덕분에 나다웠어
날 위로해 준 너의 그 무수한 말 oh, oh, oh
(Ayy) 그게 날 만든 거야 oh, oh, oh
그래 넌 나의 젊음, 또 나의 청춘 고마운 벗
내 자랑, 내 천국, 또 love


사방이 깜깜했지 (깜깜했지), 그 사이 한줄기 빛 (한줄기 빛)
정말 그대여서 다행이야 참, 함께임에 우린 빛나잖아

달리고 또 넘어지고, 일으켜주고 쓰러지기도 oh
그 손 내밀어 주겠니, 몇 번이든 일어날 테니
힘들면 잠시 쉬어도 돼, 널 기다리며 언제나 이곳에
Daydreamin' bout us facin'
Really don't wanna say it but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baby
Every time I miss you (miss you)
습관이 돼버린 그 말 (It's so true)


You're my best friend
For the rest of my life


I wish I could turn back time, ooh

모든 게 쉽던 그때 (그때)
더 많이 해줄 걸 그 말 (그 말)
I'll be with you
For the rest of my life, ooh, ooh, yeah
Rest of my life


- For Youth, BTS -


특히 참 달달한 멘트라고 생각한 가사,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에서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퍼진다. 이 노래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부연설명을 하면, 널 만나지 않은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널 만난 게 나에겐 기쁨이고 행운이야. 정도 되겠다.

<누군가의 뒷모습만으로 순식간에 세상이 밝아지는 기적을 체험할수 있다니!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숨은그림찾기>

내가 방탄소년단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진님의 사진 한 장에 광대가 내려오지 않고, 노래 하나에 하루종일 콧노래가 부르고 있지 않겠지'하며, 방탄을 영접한 지금의(6세, 8세 아들에게 진님의 잘생김과 음색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하는, 약간 철없어 보이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진즉에 내가 방탄소년단을 일찍 알았더라면, 직접 콘서트도 가고 방탄소년단 영상 감상에 시간적 여유가 많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지난 시간이 아깝다. 특히, 어머님 아들과 대척 관계에 있을 때, 나의 진정한 이상형인 진님을 추앙했다면 쓸쓸했던 과거에서 조금은 빨리 탈출하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가사가 이런 나의 마음을 여실히 대변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누군가를 좋아하기도'쉬웠고' 시간도 많았던 '그때'로 돌아가서 더 열렬히 질을 할 텐데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다음 가사도 무한 반복하며 따라 한다.

"I wish I could turn back time, 모든 게 쉽던 그때 (그때), 더 많이 해줄 걸 그 말 (그 말)"

<요즘 추앙하는 손석구님. 내 둘째아들과 닮았다고, 주관적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또 우겨본다. 하하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가사는(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내가 실생활에서 쓰던 말이었다. 지금처럼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우아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게 아니라,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저주를 퍼부으면서(?) 말하던 저 문장.

"만일 내가 널(신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어떤 모습일까?"

현실의 나를 돌아보며 자조적인 슬픔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저 말을 할 때는 후회와 회한이 가득해서, 그 당시 선택에 좌절하고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날들까지 더 어두워지는 기분이었다. "I wish I could turn back time"이란 문장 다음 가사를 다음과 같이 개사하며 나의 애통함은 클라이맥스를 치닫는다.


그림속 이 눈빛과 비슷하다, 나의 실생활에 가사를 접목시켰을때.

특히나 원곡 가사에는 없던 "그때"와 "그 말"에 구체성이 더해지면서 장르가 로맨스에서 현실 공포물로 바뀐다.

"(사귀기 전, 아이가 생기기 전 등) 모든 게 쉽던 그때, 더 많이 해줄걸 그 말(헤어져, 갈라서자, 우린 아닌가 보다)"

이 모든 말을 담아 개사하면 이렇게 되겠다.

"모든 게 (특히 헤어지기) 쉽던 그때,

더 많이 해줄걸 (너랑 난 아니야) 그 말"

약간의 문구 첨가로 나의 마음을 완벽 대변한다.


특별히 매우 달달한 이 노래를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없다. 잔잔한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있었고,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이벤트는 없는 것 같은데(벌써 기억을 지웠을 수도 있다) 왜 이렇게 난 이 노래에 원곡의 의도와 달리 나만의 감정을 담아서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걸까.


그 해답을 굳이 말하자면,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내 연애사실이 회사에 알려졌어도 결혼하기 전이라면, 결혼한 후라도 아이가 없기 전이라면, 아이가 1명 있어도 둘이 아니라면 등등 매 선택의 순간에서 헤어지기 가장 빠른 때가 있었는데 번번이 놓아주었다.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내 연애사실이 알려졌으니 어쩔 수 없이, 결혼했으니 그냥 살아야지, 아이가 있으니 못 헤어지지, 아이가 한 명도 아니고 둘이라서 참아야지 등등 내가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역시 마음은 늦었다고 보는 것 같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이 제일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선택과 후회에 대해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도돌이표 같은 나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 10년전에 만약 지금처럼 결혼이 꼭 필수가 아닌 분위기라면 전 결혼을 안했을 듯 싶어요. 밀린 숙제 해치우듯 결혼을 했어요. 물론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좀 더 살아보니 그게 아닌것 같고... 후회됩니다. 저 근데,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잖아요. 왜 결혼할땐 안그랬을까요?하하하.


상담선생님 : 음... 제가 보기엔 결혼할때도 그냥 하진 않았을것 같은데요? 어땠어요?


나 : 음... 그렇긴 해요. 관련 책도 많이 읽어보고(제 책처럼 극사실결혼생활을 폭로한 책을 못읽은게 함정이지만),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고(표본이 1명이라는게 치명적 결함이었지만), 소개팅도 엄청 많이 하고(주 1회 이상했을걸요), 나름 고른게(?) 지금 신랑이에요. 부족한게 있었다면, 결혼생활에 대한 이해가 적었고 인생의 깊이가 얕았으며 경험이 부족했다고 할까요? 지금 고르면 더 잘할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상담선생님 : 거봐요. 그당시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그리고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지금의 신랑을 선택했을지 몰라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후회가 되세요?


나 : 어쩌면 결혼이란 제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둘이 만난게 아닌가 싶어서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각자의 주관끼리 부딪힐때 특히 그래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에요. 이젠 좀 지쳐요. 제가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는데 정답 근처에도 못 간 기분이에요. 그냥 버티는 수밖에요. 시간이 흘러 제가 더 성장하거나, 상대가 더 큰 사람이 되서 이 갈등이 자연스레 지나가길 바랄뿐이에요.




생각의 회전목마를 바로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의 의미는 제거하라. 부정적인 회전목마를 돌리는 대신, 같은 판타지를 이용하여 즐거운 음악과 반짝이는 색깔과 환상적인 무늬가 풍부한 새로운 두 개의 긍정적 회전목마를 그 옆에 세우라. 그러면 당신을 괴롭히는 회전목마는 최소한 잠깐이나마 빛을 잃을 것이다.

- 명상 살인 3, 카르스텐 두세 지음 -



의 저 문구처럼, 나는 현실에서 부정적인 회전목마를 돌리는 대신, BTS라는 판타지를 이용하여 긍정적 회전목마를 세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현실의 회전목마가 최소한 잠깐이나마 빛을 잃을 수 있도록.

동시에 같은 사안이라도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역사시간에 배운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생각나는 이 노래를 오늘도 목 터지게 불러본다. 특히 아래 가사를 중점적으로 말이다.


"If I never met you, 난 어떤 모습일까"


방탄소년단을 만나지 않았으면, 난 어땠을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이 좋다.

어머님 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난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좋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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