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를 인정하면 상대의 행동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1. 가능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하겠다고 정한다.
2. 자신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인다.
3. 거절할 때나 부탁할 때는 자신의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남지 않도록 이야기한다.
3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상대의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 읽는 대화법』 중,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오시연 옮김-
"왜 이게 내 맘대로 안되는 거야!!!"
6세 아들이 만들던 블록을 풀스윙 하며 내동댕이 친다. 그리곤 자신의 몸을 大자로 만들고는 방바닥에 사지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슬쩍 나를 보더니, 더 격렬히 손발을 휘적인다. (바쁜 아침이라 모른 척 버티다가) 결국 난 다가가서 이렇게 말한다.
"아들~ 원래,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아. 근데,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냐.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일'이 이렇게 추가된다, 성난 아들 달래주기. 아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았지만, 나는 '고난의 실행'이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다. 나는 '계획형 인간'이라서 그런지, 내 계획을 벗어나는 일들을 견디기 어렵다. 오늘은 유난히 예상 밖의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런 날은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루의 시작에 자정을 기다리며 이 노래를 듣는다.
그런 날 있잖아, 이유 없이 슬픈 날
몸은 무겁고, 나 빼곤 모두 다 바쁘고 치열해 보이는 날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벌써 늦은 것 같은데 말이야
온 세상이 얄밉네
곳곳에 덜컥거리는 과속방지턱, 맘은 구겨지고 말은 자꾸 없어져
도대체 왜 나 열심히 뛰었는데, 내게 왜
집에 와 침대에 누워 생각해봐, 내 잘못이었을까?
어지러운 밤 문득 시계를 봐, 곧 열두 시
뭔가 달라질까?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래도 이 하루가 끝나잖아
초침과 분침이 겹칠 때,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
Zero o'clock
And you gonna be happy
막 내려앉은 저 눈처럼
숨을 쉬자 처음처럼
And you gonna be happy
모든 게 새로운 zero o'clock
조금씩 박자가 미끄러져, 쉬운 표정이 안 지어져
익숙한 가사 자꾸 잊어, 내 맘 같은 게 뭐 하나 없어
그래 다 지나간 일들이야, 혼잣말해도 참 쉽지 않아
Is it my fault?, Is it my wrong?
답이 없는 나의 메아리만
집에 와 침대에 누워
생각해봐 내 잘못이었을까?
두 손 모아 기도하네, 내일은 좀 더 웃기를 for me
좀 낫기를 for me
이 노래가 끝이 나면, 새 노래가 시작되리
좀 더 행복하기를
And you gonna be happy
아주 잠깐 숨을 참고
오늘도 나를 토닥여
And you gonna be happy
And you gonna be happy
Turn this all around
모든 게 새로운 zero o'clock
- 00:00 (Zero O’Clock), BTS -
회사에서 오늘의 할 일을 계획하고 있던 차, 갑자기 부서장이 바뀐다며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란다. 내일이면 바뀌실 부서장님께서 시키신 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요즘 업무 고충에 개인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팀원의 인사이동에 대해서 한참 얘기했다. 당분간은 내가 그분의 부재를 감당할 각오를 하고, 최대한 팀원을 배려해보기로 한다.
아직 백신 주사 여파로 이질감이 느껴지는 왼팔이 찌릿거린다. 진통제를 먹고는 잠시 쉴 겸 간단히 토익시험이나 접수하려 인터넷을 켠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가득한 건지, 내가 게으른 건지, 이미 우리 집에서 가까운 시험장은 예약 마감이다. 차로 1시간 이동해야 하는 고사장밖에 남지 않았다. 시험 보는 것 자체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중얼거리다가 결국 그거라도 마감될까 봐 예약해본다.
한창 일하다가, 아드님들 하원이 생각났다. 애들 픽업해줄 수 있냐고 신랑에게 물어보니, 그것까지만 가능하단다. 이후 목욕 등 아이들 케어는 나 홀로 해야 한단다. 그때까지 내 왼팔에 힘이 실리길 바라며 알겠다고 대답한다. 거기에 신랑이 한마디 더 한다. 이번 달까지는 본인이 계속 바쁠 거라고.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듣고 나니 더 힘 빠진다.
어느새 깜깜하진 하늘을 보니, 아들이 아침에 외친 말이 절로 나온다.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먼. 허허."
그럴 땐 이 하루가 빨리 가길 바라며, "00:00 (Zero O’Clock)"을 듣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버터가 스르륵 녹듯, 이 노래에 버티던 내 맘도 와르륵 무너진다. 편안하다.
특별히 힘들 것도 없지만, 유난히 힘 빠지는 날이 있다.
아들에게 말한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보지만, 어떤 방법이더라도 지금은 별로다. 조그마한 문제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내가 직접 해결하려 보면 양 어깨에 피로감과 책임감이 각각 올라가 있기에.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애써, 그래도, 잘 버텨준 '오늘의 나'를 토닥인다. 업무시간 종료와 함께 '내일의 나'에게 숙제는 가볍게 넘긴다. 새로울 것 없는 내일이겠지만, 그래도 "모든 게 새로운 zero o'clock"을 기다린다.
그제야,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아우성치던 아들에게 했던 말을 복기한다. 모든 일을 '내가'다 해결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타인의 일에 공감은 하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 자신을 배려하는 것에 체력 및 감정 안배를 한다. 체력과 감정이 바닥을 달리면, 남도 나도 돌볼 수 없음을 알기에.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내 맘대로 되지 않음을 더 강렬히 인정한다. 상담선생님이 그분의 멘토께서 해주시는 말이라며 나에게 들려주셨다.
심리상담선생님 : 살면서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건 로또에요. 로또 되는게 쉽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안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게 훨씬 맘이 편해요.
나 : 맞아요. 그래서 맘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인연이 더 소중하기도 하고요.
심리상담선생님 : 여기 각티슈가 있죠? 여기 화장지가 한장 튀어나와있어요. 근데 이 화장지가 나와있어도 내가 손으로 뽑아줘야만 이 상자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는 이 각티슈라고 생각하세요. 화장지가 상자에서 금방이라도 나올듯 싶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뽑지 않으면 거기 그대로 있어요.
나 : 그러네요. 그냥 거기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의 반응은 내가 선택한다. 그런거죠?
심리상담선생님 : 그 사람이 만든 고리에 걸려들지 마세요 사실,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면 그만큼 내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에요'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다=내가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생각하면 어때요? 나를 위해서 연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코로나19 백신주사의 여파로 로봇인듯, 니꺼인듯, 내꺼같은 왼팔을 진통제로 달래가며, 내 몸 구석구석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부작용인 가려움증은 스테로이드제로 대처한다. 이렇게 너덜너덜해진 내 몸을 겨우 움직이며 오늘의 일을 처리한다.
다음을 복창한다.
'나', 정신차리자.
'나', 나 잘할게요.
우선 나부터 챙기자, 그러고 나서 남을 배려해도 늦지 않다.
독박 육아의 시간도 휘리릭 지나서...
0시, 새로운 내일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내 아들 둘, 일찍 잘 거지?
어머님아들, 일찍 올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