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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리 Jul 20. 2020

남들의 인정을 바라는 나에게 필요한 3가지

좋아하는 일이 어느샌가 뒷전이 되어갈 때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민다. 천재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인데, 그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타는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게 아니다'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태도다.
                                                                                            -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중 -


좋아하는 일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다



심미경 작가의 에세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좋아하는 일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라니.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재능일 수 있다는 것은 딱 하나 콕 집어 말할 재능은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있는지, 그것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주저하지 않고 '저는 글쓰기요!'라고 대답하려고 하는 찰나,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가?'

 '나'는  과연 글쓰기를 즐기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나는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재야의 고수들이 쓴 글을 읽으며 내가 흉내 낼 수도 없는 따뜻한 시선을 부러워했고,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삶의 경험치에서 주고 싶어도 못 주는 감동을 받으며 혼자 시름에 빠졌던 것이다.




 '도전'에 의미부여를 하며 시작한 글쓰기가 언젠가부터 ‘인정’에 목매는 글쓰기가 되어버렸다.



 이 곳, 브런치의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은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업으로 하는 분들에게는 소싯적 글 쓰기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거나, 글짓기 대회 혹은 시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본 경험 등 어렸을 때 누군가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들로 글쓰기에 재능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거나 혹은 그런 경험들이 쌓여 글쓰기가 좋아하는 일이 되었으리라.

 

 나에게 글 쓰기란 '글짓기'였다.  어렸을 때 글짓기 혹은 독후감상문 쓰기 따위의 방학 숙제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개학전 날 꾸역꾸역 하던 숙제였다.


 그마저도 아빠의 도움을 받아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도 했고 심지어는 책 맨 뒤, 요약된 줄거리 내용을 보며 베껴쓰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다니, 새삼 놀랍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 '토해내는 글쓰기 스터디' 하면서였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을 마주친 그 날이 신청접수일이었다. 망설임 없이 신청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보름간 글을 매일 쓰고 퇴고 작업을 하고나면 나만의 책이 된다는 프로젝트가 설레게 만들었다.



 무엇인가를 해 내고 싶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책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는 것도 아니었고 인기를 원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나도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염원, 그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쓰기 챌린지로 매일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썼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글을 한 편씩 써 내려갈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퇴고 작업을 연거푸 하다 보면 '꽤 괜찮은 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만끽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6주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나에게는 표지에 내 이름이 적힌 책 1권이 생겼으며, 스터디원과 함께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여 '작가'라는 꿈도 꿔본적 없는 직함이 생겼고, 글쓰기라는 평생 하고 싶은 '인생 취미'가 생겼다.

 


 마음에 드는 글 한 편을 쓴 후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기쁨과 충만감이라는 낯선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고, 한 번에 합격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고서는 뛸 듯이 기뻤던 것이 불과 두어 달 전이다.



30년 만에 어렵게 찾은 귀한 취미를 이렇게 놓칠 수는 없었다.



 글로 내 마음을 풀어놓는 게 좋아서. 글 쓰기 전엔 뒤죽박죽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들이 가지런해짐을 느끼는 게 좋아서. 내 글이지만 써 놓고 보니 '참 잘 썼다.'고 느끼는 만족감과 뿌듯함이 좋아서.



 이렇게 '너'의 시점이 아닌 '나'의 시점에서 글을 쓰고 읽을 때, 좋아하는 것을 진정 만끽할 수 있으리라.  





 어려운 한자어 혹응 문학적인 심상 표현, 어떻게 여기에 비유를 할 생각을 했지? 싶을 만한 감탄이 나오는 문장력은 구사할 줄 모른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만사를 아우르는 넓고 여유있는 시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린시절 가족에 대한 아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남들에게 내 놓고 싶을만큼 이렇다할 적당한, 절박한 이유가 없어 공개적으로 가족사를 공유할만한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미사여구라곤 없는 담백한 언어와 냉소 한 스푼 들어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원섭섭한 이야기와 뜨뜨미지근하지만 저어보면 아래 묵직히 깔려있는 나의 상처와 아픔들. 그것이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환경, 비슷한 성격, 비슷한 어려움, 비슷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내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무수하리라. 비단 글쓰기뿐이겠는가.

좋아서, 즐거워서 하게 된 일이었지만 '남의 인정'을 바라고 있을 때.



그때는 아래 3가지를 명심하자.



첫째,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잠시 머무르며 감사하기

둘째, 나 아닌 누군가에게 맞춘 Out-focusing에서 Me-focusing  하기  

셋째,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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