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쁜 양말을 찾아서 신는 세심한 성격이 아니라 양말에 대한 애정이 크게 없어요. 영국에서 학교 다녔을 때는 양말 짝 맞춰 신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똑같은 회색 양말 20켤레를 사서 신고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성수동에 있는 양말 가게에서 예쁜 양말들을 사게 되었어요. 저는 예쁜 양말을 소유하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는데, 집에 오니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떠올라서 생각이 고갈될 때까지 그렸어요. 이 날은 유난히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났었어요. 그리고 나는 아직 양말 몇 켤레에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심 안도감이 드는 하루를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