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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hour May 29. 2020

상대방을 사로잡는  클로징

화술의 마법사

신입사원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는 트레이닝이 전반적으로 잘 짜여있었지만 그만큼 힘들기로 유명했다. 


트레이닝 기간 동안 정부 라이센스와 회사 내부적으로 치르는 시험도 엄청나게 밀도가 높았고 합격해야 할 과목도 많았다. 트레이닝 기간 때 여유롭다고 말하던 타직장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마음을 놓고 있었다.


트레이닝하는 동안 정부 시험에 회사 내부 시험을 두고 병행을 해야 하고 만약 어느 것도 기간 내에 통과하지 못하면 1번의 기회를 더 주고 재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주지만 그럼에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인사부에서 경고장이 나오면서 최악일 때는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 실제 같이 들어온 동기 중 한 명이 두 과목 재시험일 때 떨어져서 연수 기간 중 퇴출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헤매었다. 나 또한 연수 기간 내내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책상에 앉아 고등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주경야독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 세일즈 매니저들과 3번의 롤플레이를 거쳐 최종 합격 점수를 받게 된다. 그리고 평가 이후 보완해야 할 점과 피드백을 듣게 된다. 거의 프로듀스 101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첫 오리엔테이션 때였다. 드디어 취준 생활 청산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같이 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교육관님의 살벌한 평가기준과 회사 규율을 듣고 저녁 6시 후에도 회사에 동기들과 종종 남아 연습하고 공부하고 밤늦게 자율 야근(?)을 하고 간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배울 수 있다는 ‘기회’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갔다. 회사에 그런 시스템 덕분에 나는 단기간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금융 지식과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직군도 직군인 만큼 세일즈에게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뭘까?

1.    유창한 다국어

2.    다양한 금융 지식과 센스

3.    커뮤니케이션 스킬


정답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아무리 영어가 네이티브이고 아무리 3-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도 ‘상대방의 마음’ 즉,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클로징으로까지 이어질 수가 없다.  


좋은 세일즈가 되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 즉, 언어의 마술사가 되어야 한다. 트레이닝 기간 중에 실제로 탑 세일즈였던 트레이너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때 배운 것을 요약하자면, 




1.    Investigating Needs

2.    Demonstrating Capabilities & Market Update

3.    Commitment

4.    Objection handling

5.    Credibility

6.    Closing & summary 


내가 막 팀에 들어왔을 때 두 명의 다른 선배가 있었다. A는 잘 나가는 탑 세일즈 다른 한 명 B는 매달 근근이 영업 성과가 있는 선배. 두 명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놀랍게도 똑같은 상품 설명과 똑같은 마켓 업데이트였다. 심지어 세이즈 피칭 스킬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관찰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선배 A는 고객의 신뢰를 쌓고 잘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지면서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가는 반면 선배 B는 항상 자기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리고 선배 B는 고객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니즈’에 중심을 두고 상대방의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제품의 역량을 보여주고 클로징은 정말 1분도 안 걸렸다. 즉,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무게의 중심이 초반에 더 집중하고 상대방이 무엇이 필요한지 빨리 캐치하고 솔루션을 제공해줌으로써 클로징은 어느 누구보다도 깔끔하게 해내었다. 이렇게 두 명의 다른 스타일의 클로징 과정을 보면서 나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은 말을 어렵고 복잡하게 다국어로 구사하는 게 아니라 핵심을 찾아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프로페셔널하게 논리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탑 세일즈의 길은 쉽지도 않고 외로운 나와의 싸움이다. 어떤 날은 정말 열심히 전화도 하고 고객도 응대하지만 클로징으로 연결이 안 될 때가 있으며, 어떤 날은 모든 클로징이 착착 풀릴 때도 있다.  하지만, 매일, 매주, 매달 보이는 숫자로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판단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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