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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23. 2024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

4. 밀양 금시당



 밀양엔 차나무 노목 세 그루가 자산인 다원마을이 있고, 이곳엔 일직손씨가 살며, 다원2구로 불리는 마을엔 밀성손씨가 일가를 이루고 산다. 이들 마을과 함께 월연정과 밀양향교가 있다. 이곳으로 오가는 길에 들르는 금시당 가는 길은 강을 끼고 호젓하다. 오래 전에 밀양이 덜 개발됐을 때 본 금시당 정경은 밑그림처럼 뇌리에 남아 있다. 부전역에서 기차를 타면 30분이면 닿는 곳이 밀양역이다.  

 금시당은 조선 명종때의 문신 이광진 선생의 호로 금시당과 백곡재로 된 건물이다.  이광진 선생이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교육하고 여생을 보내려고 지은 별서다. 그때 심은 은행나무가 안내판에 적힌 나이로는 420세다. 1566년에 별서를 지은 이후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가 1744년에  이광진의 5대손 백곡 이지운이 복원했다. 여주이씨 종중에서 소유, 관리하는 곳으로 예전에 왔을 때, 마른 걸레로 마루를 닦던 어느 종부의 모습이 선하다. 하루라도 닦지 않으면 먼지가 쌓인다고.

 금시당 담장 너머로 흐르는 밀양강과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여름엔 무성한 잎으로 푸른 그늘을 베풀고,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나무가 장관이다. 나무가 통째 물든 장면은 직접 보진 못했다. 이 단풍 적기라는 걸 맞추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늘 마음이 서둘러 달려가서는 노란색이 그러데이션으로 고도에 따라 달리 물든 것만 보고 왔다.  

고목은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쓰다듬으며 나무에 깃든 시간과 교감한다.


  


금시당과 백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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