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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16. 2024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

3.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




의령 곽재우 생가 생가 앞 은행나무는 한눈에 보기에도 몇 아름은 되겠다. 이 노거수 밑동에서 뻗친 가지가 어마어마하다. 나무 앞에서 나무 위상에 기가 죽을 정도다. 망우당 곽재우 장군도 이 나무 아래서 놀지 않았을까. 안내판에 약 600년 수령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은행나무를 자산으로 가진 세간마을은 동신제를 지낸다. 마을을 수호해 준다는 신을 모시고 한해 풍년과 평안을 빈다. 동신제 대상은 뒷산 떡갈나무, 곽재우 생가 앞 은행나무, 현고수 느티나무다. 모두 수령이 반백이 넘었다. 제의를 갖춰 입은 마을 어른들이 금줄 두른 나무 앞에 상을 차리고 절을 올린다. 이런 세시풍속도 걸출한 인물이 탄생하는 기원으로 작용했겠다.

 곽재우 생가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거대한 황금나무로 변신한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금빛 잎은 지상으로 낙하하고 만다. 샛노란 카펫을 나무 주변으로 깔고 말갛게 선 나무는 의연하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존재의 미천함을 느끼지 않을까. 

 그곳 관계자로부터, 막 찍었다는 은행 단풍이 절정인 사진을 받고 달려갔다. 하룻밤 새 사진 속 단풍은 우수수 지고 나무는 홀가분해 보였다. 듬성듬성하게 매달린 단풍을 보며 하룻밤 꿈이 허탈했다.  

 푹석한 카펫 위에 나무와 마주하고 앉았다. 저만치로 붉은 옷을 입고 말 위에 앉은 곽재우 장군과 눈이 마주친다. 세간리에서, 고목이 다 떨군 낙엽 위에 앉아서 장군이 살던 시대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다. 

 돌아오는 길에 의령 명물 망개떡을 샀다. 떡을 먹을 때마다 세간리를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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