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카페의 테라스 천막 안 평상 위에 앉아 꽃상에 놓인 커피를 마시며 투명한 천막 안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을 조명 삼아 시집을 읽고 있다.
문득 이 순간을 박제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 짤막한 글과 함께 앨범에 기록한다. 오늘을 떠올리고 싶은 순간에 나는 언제든지 이 사진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순간을 이렇게 박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삶에 네가 등장했던 모든 순간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 있고 너도 그렇겠지만 그 그림은 서로 다른 색채로 기록됐을 것이다.
훗날 모든 게 지나가고 오늘 이곳에서 느낀 이 감정이 모두 휘발되었을 때 문득 이날이 생각나 앨범을 찾아보는 것처럼 그저 그때 그랬었지, 나는 그곳을 갔었고 그런 일이 있었지가 아니라.
너는 언제까지나 나에게 그런 느낌이었고 그런 설렘이었고 그런 두려움, 그런 아쉬움, 그런 기대, 그런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