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초인종이 울리면 나는 문을 열고
당신의 무거운 가방을 받아 들겠지요.
욕조에 물을 채워 두었어요.
일단 얼었던 몸부터 녹이세요.
당신이 씻는 동안 은은한 국을 끓이고,
따뜻한 음식들을 차려 놓겠어요.
지쳐서 입맛이 통 없겠지만
한 술만 들어줄래요.
떠올리기 싫은 일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요.
저도 묻지 않을게요.
다 드셨으면 방에 들어가서 좀 쉬세요.
뒷정리를 하고 금방 따라갈게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당신 곁에서
다리와 발을 주물러 드릴게요.
두서없는 당신의 하루를 들을 땐
오직 당신 편이 되어서 맞장구를 치겠어요.
어느새 잠이 든 당신 곁에 가만히 누워
가녀린 등을 어루만지고 싶어요.
고마워요. 내 사랑
오늘도 무사히 내 곁으로 돌아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