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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담 Jan 28. 2022

밥을 먹자 여자를 믿자

eat rice have faith in women

* 이 시는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했던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시인 프랜 위넌트Fran Winant의 시 eat rice have faith in women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 저는 이 시를 <별세계에서 온 편지> 1월호에서 인용했습니다.




밥을 먹자 여자를 믿자 


    

                                        프랜 위넌트     



밥을 먹자 여자를 믿자

내가 지금 모른대도

배울 수 있고

내가 지금 혼자래도

나중엔 함께일 것이다

내가 지금 약하대도

강해질 수 있다

천천히 천천히

내가 배운다면 남을 가르칠 수 있고

남이 먼저 배운다면

믿어야 한다

그가 돌아와 가르쳐줄 거라고

가버리지 않을 거라고

배운 지식을 갖고 멀리 떠나

가끔 편지나 써주진 않을 거라고

우리는 평생을 배워야 한다

여자로서 여자에게 받아 여자에게 넘기면서

말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그러고선 도구를 써보고

몸을 써보고

걸리는 시간만큼을 견디고

선생이 없거나

너무 멀 때는 책을 읽어서라도

우리 자신을 가르쳐야 한다

남들도 애쓰고 있음을 떠올리며

언젠가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믿어야 한다

충분한 걱정을 불러 모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혼자 싸워야 할 땐

자매들이 있어 줄 거라고

알기만 하면 싸워줄

나중에라도 편들러 와줄

자매들이 있을 거라고 

    

여자들, 의리를 요구하는 여자들

우리는 각자 필요한 것이 있다 

이 낡은 사회에

우린 일생이 찢겼고

어디 써먹을 만한 건 

사랑이나 일이나

힘이나 안전이나 정보나

우린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제도는 우릴 가둘 뿐

우릴 한 번도 돕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에게 의료가 필요할 땐

도륙당했고

우리에게 경찰이 필요할 땐

모욕당했고 무시당했고

부모가 필요할 땐

로봇만 있었다

우리를 자리에 가두게 훈련된 로봇

우리에게 일이 필요할 때 듣는 소리라곤 

너도 들어오라는 것뿐

우리를 파괴하는 시스템 속으로

우리에게 친구가 필요할 때

다른 여자들은 말한다

난 날 먼저 챙겨야 해

나 좀 이해해 줘

시간은 한정되어 있잖아

에너지 돈 걱정거리

모든 일에 쏟을 순 없잖아

나라도 내 생각 해야지

아님 아무도 안 해줄 테니까

날 위해 이걸 구해 놔야 해

네가 날 구해줄지 잘 모르겠어서

우리 상황이 반대라고 해 봐

내 직감은 그래

넌 내 곁에 없을 거야

날 구해주지 않을 거야 네가 필요할 때…

난 혼자 거리에 있어

새벽 5시에

난 혼자 밥을 짓고 있어

지식을 얻는 네가 보여

내겐 없는 친구들이 있고

넌 돌아오지 않아

날 도우러 오지 않아

늙어가는 나를 상상해

멀리 가야 하는 나를 상상해

거리를 따라 저 멀리

친구들은 계속 어려지기만 하고

내 나이 여자들은 구석에 숨어들지

이 구조의 귀퉁이 어딘가로

아님 친구 몇 명끼리 웅크리기도

집에 격리되기도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싸워볼 의욕을 부르는

마지막 주사를 맞을 수도

아님 대자보를 쓰고 있을지도

운동에 남아서

늙은 빨갱이들처럼

혁명에 쓸려나갈 날만을

기다리면서

아님 병원에서

합병증으로 죽어가고

간호사나 수녀가

멀끔히 차려입은 레즈비언이

내게 손을 내밀어

과학자들이 그런다지

신체 접촉이 필수적이래

우리 필요를 말하려는 욕망도

날숨처럼 기본적이래

하지만 시간이 없지

내 어떤 필요도 채워진 적 없는데

가끔가다 편안해지긴 해도

상황은 고통스러울 뿐    

 

천천히 우리는 시작한다

뺏긴 것을 돌려준다

우리 몸을 통제할 우리 권리를

싸우는 법과 짓는 법의 지식을

양분을 주는 음식을

치유하는 약을

우리 자신을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을

잃지 않게 하는 음악을

다시 벽장 밖으로 나가자

난생 처음으로

밖에 나온 여자들 행렬에 끼자

우리는 아니까 이 사랑은

우리 안에 큰 차이를 만들 것

여자들과 계속 이어질 우리의 생을 외치자

되자 애인이 의사가 군인이

예술가가 수리공이 농부가

우리 일생에 걸쳐서

해일처럼 몰려든 여자들

우린 사랑과 분노로 약동한다

노래하면서 우린 화내야 하고

키스하면서 우린 바꿔야 하고 

부숴야 한다 이 낡은 사회를 

사회가 추앙하는 이름이 되지 않고서

사회가 돈을 주는 정신이 되지 않고서

     

밥을 먹자 여자를 믿자

내가 지금 모른대도

배울 수 있다

천천히 천천히

내가 배운다면 남을 가르칠 수 있고

남이 먼저 배운다면

믿어야 한다

그가 돌아와 가르쳐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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