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속의 루틴
요즘 내 하루 일과는 고정적이다.
아침에 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 일어나지는 않은 어정쩡한 기상 상태를 유지하며 휴대폰을 본다. 그렇게 깬 것도 자는 것도 아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미적거리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제대로 일어난다.
지금은 코로나로 퇴색되긴 했지만 자영업자의 삶이란 나름 편하다. 출퇴근 시간을 재량껏 조율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온전히 내가 져야 한다는 건 아직 다소 힘들다.
이번 한 해는 글에 전념하기로 했지만 지금도 마음이 찢어지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과 준비해둔 계획, 안심하고 있던 일상이 하나 둘 틀어지며 흔히 표현하는 주화입마 상태가 된다. 그리고 곧이어 계속 결심을 흔들어 대고 심장을 옥죄이는 듯한 심마가 온다.
간신히 이겨내고 가게를 오픈한다. OPEN 이 적힌 입간판을 앞에 두고 가게 온도를 쾌적하게 맞춘다. 머그잔에 쟈스민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유튜브로 카페 재즈 라이브를 틀고 카운터에 앉고 나면 나름 이 가게에서 내 글을 쓰기 위한 루틴이 완성된다. 재밌는 점은 원래 이 카운터의 내 시야는 테이블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손님들에게 향해 있었는데 올해는 작은 노트북의 모니터에만 집중되고 있다.
여하튼 이렇게 오늘도 가게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별것 아니지만 이 작은 루틴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작은 희망에 의지하고 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나 스스로도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부족함을 실감한다. 그래도 일단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에 나 스스로 눈치를 보기보다는 조금 더 뻔뻔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계속 다듬고 수정하다 숨겨버리는 결과적 게으름뱅이가 되기보다는 부족하게나마 완성해 세상에 내보여 마주하고 더 발전하는 게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