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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지금 유리천장 깨는 중입니다

Diversity in Sport (3)

by 축축박사


IOC의 유리천장을 깨다

얼마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새로운 수장이 선출되었습니다. 2013년 9월, 제9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12년간 IOC를 이끌었던 토마스 바흐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스포츠계에 큰 전환점이 찾아온 거죠. (IOC 위원장의 임기는 8년이며 한 차례 4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는 다수의 IOC 위원들이 올림픽 헌장을 개정해서라도 위원장직을 연장하자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재임을 고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그리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진행된 선거를 통해 역사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죠.


IOC 역사상 최초의 여성 위원장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위원장, 커스티 코벤트리(Kirsty Coventry)가 제10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며 스포츠계의 새 시대를 알린 겁니다. (차순위 득표자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였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IOC위원장을 지냈던 그 사마란치의 아들입니다.)


esa7ci0madnnzqc2dg5u 제10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커스티 코벤트리 (출처 : IOC / Greg Martin)


커스티 코벤트리는 짐바브웨의 수영 영웅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짐바브웨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획득한 총 8개의 메달 중 무려 7개가 코벤트리가 획득한 메달입니다. 이후 IOC선수위원회 위원장, 짐바브웨 청소년·스포츠·예술·레크레이션부 장관 등 스포츠 행정가로도 의미 있는 경력을 쌓아왔죠.


커스티 코벤트리의 당선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코벤트리는 당선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는데요,

“오늘 우리는 유리천장을 깼습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롤모델로서 책임을 무겁게 느낍니다.”

IOC는 명실상부 전 세계의 스포츠를 이끌어가고 있는 최상위 조직이고, '세계 스포츠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리에 여성 리더가 선출되었다는 건 세계 스포츠계의 구조와 리더십이 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전임자인 토마스 바흐가 '올림픽 아젠다(Olympic Agenda 2020)'라는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첫 여성 리더인 코벤트리는 이 가치를 계승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핵심 가치를 더해나갈 적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안에서 다양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가치니까요.


커스티 코벤트리에 대한 소개 자료 : https://www.olympics.com/ioc/mrs-kirsty-coventry





스포츠에서의 여성 리더

과거 스포츠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다양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스포츠계에서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핵심적인 위치에 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FIFA(국제축구연맹)의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인 파트마 사무라(Fatma Samoura)는 FIFA의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아프리카인, 무슬림 사무총장으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재임하며 FIFA에서 여성 축구의 발전을 이끌기도 했고, 킴 응(Kimberly J. Ng)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MLB(미국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Miami Marlins)의 단장으로 활약하며 북미 4대 스포츠 리그 최초의 여성 단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분데스리가를 관장하는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은 코로나로 인한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2021년 도나타 호펜(Donata Hopfen)을 첫 여성 CEO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호펜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22년 물러났지만, 세계 최대 규모 축구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에서 여성 리더를 선출했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죠.


제가 업무 하는 영역인 스포츠의 CSR과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는 여성 리더들이 글로벌 무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스포츠 부분인 SFCA(Sport for Climate Action)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책임자인 린디타 자페리-살리후(Lindita Xhaferi-Salihu)나 FIA(국제자동차연맹)의 지속가능성 리더인 바바라 실바(Barbara Silva), Formula E의 부사장(Vice President)인 줄리아 팔레(Julia Palle) 등은 스포츠의 지속가능성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리더들이죠. 국제 스포츠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Sport Positive Summit에서는 발표자의 다수가 여성일 정도로, 스포츠 지속가능성 분야의 리더십은 이미 성별의 장벽이 없습니다.


캡처.PNG Sport Positive Summit 패널 토론의 한 장면 (출처 : Sport Positive Summit 2024)


세계 스포츠를 이끄는 주요 조직의 곳곳에서 여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크고 작은 성과들을 통해 역량을 보여주고 있고요. 국내에도 스포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 많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는 아직 그 비율이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한국 스포츠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다양하고 풍요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봅니다.



#IOC #위원장 #올림픽 #KirstyCoventry #여성 #여성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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