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5)
인구절벽의 세대
2024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무려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습니다. 2015년 1.24명에서 매년 최저를 갱신하던 추세가 드디어 멈춘 거죠. 하지만 다시 말하면, 지난 9년 동안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출산율 1명이 안 되는 유일한 국가고, 반등한 0.75명이라는 수치는 아직도 압도적으로 세계 최하위입니다.
출생아 수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2015년 43만 8천 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3년에는 23만 명으로, 불과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지며 명백한 인구 절벽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국가의 소멸'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위기는 체육계에도 예외 없이, 매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소년 선수 감소와 운동부 해체
가장 큰 문제는 당연하게도 유소년 선수 수의 급감입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의 수는 2021년 24,595명에서 2023년 17,762명으로 2년도 안 되어 무려 7,000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인기 종목일수록, 그리고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지는데, 시합을 치르기 위한 인원이 부족해서 대회를 포기하거나 팀 자체가 해체되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경기력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
이러한 유소년 인구 감소는 자연스럽게 스포츠 인구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스포츠 인구의 감소는 해당 종목의 경기력과 직결되죠. 선수 풀이 줄어들면 경쟁이 약해지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프로스포츠의 장기적인 경기력 저하뿐 아니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생활체육 감소와 체육 저변 약화
더 본질적으로는 그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조차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2025년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수가 약 2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때 매년 평균 2명 정도가 줄어든다고 하죠. 야구나 축구처럼 단체 스포츠 종목은 따로 클럽을 다니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는 더 이상 접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당장 지방의 작은 학교는 입학하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특히 2023년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들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초입인 201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이 흐름은 최소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진짜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에스코트 키드
모든 영역,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K리그로서도 인구감소 문제는 리그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매우 큰 리스크입니다. 아무리 축구가 넓은 저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을 테니까요. 아이들이 줄어들면 선수도, 관중도, 결국 리그 전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2024년 K리그는 후원사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바로 '단 한 명의 에스코트 키드' 캠페인입니다.
우리는 경기장에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유일한 순간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바로 '에스코트 키즈'입니다. 보통 경기 전, 22명의 선수들과 함께 22명의 에스코트 키즈가 선수의 손을 잡고 입장합니다. 하지만 2024년 9월 1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와 강원FC의 경기에서는 단 한 명의 에스코트 키드만이 선수들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그 아이는 울산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해당 학교의 2024년 입학생은 단 3명, 그중 유일한 남자아이였습니다. 함께 축구할 친구조차 없어 혼자서 공을 차던 아이였죠. 이 캠페인은 그 아이의 모습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상징적으로 비추고자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P2NsRARpTU
출산율 문제는 분명 축구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축구가, 그리고 스포츠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 이야기하고 조명하여 우리가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만드는 것. 팬들과 함께하는 스포츠가, K리그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은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 중입니다. 수원삼성은 임산부 팬을 위한 ‘신생아 키트’를 제작해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시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지만 진정성 있는 실천들이 모인다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4년 출산율 반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반등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K리그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과 손을 맞잡고 입장하며 축구와 함께하는 꿈을 키우는 미래를 꿈꿔봅니다.
#K리그 #에스코트키즈 #미래세대 #출산율 #어린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