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6)
프로스포츠에서는 컬러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선 '정체성'입니다. 모든 팀들이 각자 자신을 상징하는 고유의 컬러가 있습니다. 축구를 예를 들면, 레알마드리드는 흰색, 바르셀로나는 파란색과 붉은색, 유벤투스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대표됩니다. 이 색은 단지 유니폼의 배색을 넘어 팀의 애칭으로 까지 이어지죠. 레알마드리드의 애칭인 '로스 블랑코스(Los Blancos)'는 스페인어로 '흰색'을 의미하며, 바르셀로나의 애칭인 '블라우그라나(Blaugrana)'는 카탈루냐어로 '파랑과 빨강'을 뜻합니다. 유벤투스의 '비안코네리(Bianconeri)'는 이탈리아어로 '흰색(Bianco)'과 '검정(Nero)'이 합쳐진 형태죠. 인터밀란의 ‘네라주리(Nerazzurri, 검정-파랑)’, AC밀란의 ‘로쏘네리(Rossoneri, 빨강-검정)’, 리버풀의 ‘더 레즈(The Reds)’까지 많은 팀들의 애칭이 그들을 상징하는 컬러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야구 등 다른 종목도 다 같습니다. MLB(미국프로야구)의 LA다저스(LA Dodgers)의 상징색인 '다저 블루(DODGER BLUE)'는 웹 표준 색상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색상으로 스포츠 구단명이 붙은 색상도 있죠. (스포츠 팀 이름이 색상 명칭으로 공식 등록된 유일한 사례이긴 합니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색은 곧 팀의 얼굴이며,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팀 컬러를 기꺼이 내려놓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스포츠가 사회와 소통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는 순간이 되죠.
NFL의 Crucial Catch
NFL(미국프로미식축구)에서는 2009년부터 매년 10월, 모든 팀이 하나의 색을 입습니다. 바로 핑크색입니다. 'Crucial Catch(결정적인 캐치)'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캠페인입니다. 10월은 세계 유방암 인식의 달, 특히 10월 19일은 세계 유방암의 날로, 10월 한 달간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색으로 NFL을 물들여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결정적인 캐치', 즉 암을 조기에 발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죠. (1991년 수잔 G. 코멘 재단(Susan G. Komen Breast Cancer Foundation)과 에스티로더에서 유방암 인식 증진을 위해 핑크 리본을 활용한 이후로 핑크리본과 핑크색은 유방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해당 캠페인 기간에는 모든 NFL 경기장에서 핑크색을 볼 수 있습니다. 핑크색 공, 골 포스트 장식 등 경기장 곳곳이 핑크색으로 물들고, 선수들은 핑크색 장비를 착용합니다. 캠페인명인 Crucial Catch 로고를 활용한 굿즈도 판매하죠. 선수들이 착용한 제품은 경매에 부쳐지고, 이 수익금과 Crucial Catch 로고 굿즈 판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됩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NFL은 지금까지 3천만 달러(약 42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조성하여 미국암학회에 기부되었습니다. 이 기부금은 각 구단 연고지역의 커뮤니티 건강센터에 전달되어 1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약 76만 건 이상의 실제 암 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2017년부터는 유방암뿐 아니라, 모든 암으로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색상을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핑크색으로 물든 NFL 경기장은 수많은 NFL과 스포츠 팬들의 기억에 강력하게 남아있죠.
MLB와 어머니의 날
MLB(미국프로야구)에서도 매년 5월 둘째 주,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을 맞아 핑크색을 입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에서는 선수들이 핑크색 슬리브, 장갑, 보호대, 신발을 착용하고 핑크색 배트를 들고 경기에 나섭니다. 이는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유방암 인식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상징적인 캠페인으로, 작은 색의 변화지만 이 날만큼은 그라운드 위 모든 핑크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죠.
K리그의 그린라이트 캠페인
K리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매년 9월 둘째 주인 생명나눔 주간에 진행하는 생명나눔캠페인입니다. K리그는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함께 장기조직기증 문화를 확산시키는 생명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는 장기조직기증 문화 확산을 위한 상징으로 초록색과 초록 리본을 사용하고, 생명나눔 주간인 9월 둘째 주는 초록색을 비추는 '그린라이트'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K리그도 2022년부터 이 그린라이트 캠페인에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캠페인 기간 K리그와 각 구단은 경기장에서 초록색 머플러, 초록 리본, 초록색 배너 등을 활용하여 선수단과 팬이 장기조직기증에 대해 인식하고 생명나눔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FC서울과 대구FC는 상징색인 빨간색과 하늘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경기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K리그1 전 구단이 캠페인에 동참하며 의미를 더했죠.
※ 생명나눔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ssist/25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컬러를 잠시 내려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 선택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식과 감동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스포츠 단체들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잠시 고유의 컬러를 내려놓는 이 캠페인들은, 단지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에게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때로는 직접적인 도움까지 연결하는 진짜 변화의 계기가 되죠. 한국에서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나 5월 어린이날에는 밀리터리 유니폼이나 어린이를 위한 유니폼 등을 통해서 특정 집단이나 세대에 메시지를 전하는 전통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스포츠가 ‘컬러’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며,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K리그 역시 그 중심에서 다양한 새로운 변화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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