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in Sport (4)
지난주 5월 21일 손흥민이 속해있는 토트넘(Tottenham Hotspur)이 유로파 리그(UEFA Europa League)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2007/08시즌 칼링컵(리그컵, 현 카라바오컵)으로 무려 17년 만에 무관의 한을 풀었죠. (마지막 칼링컵을 우승할 때에도 한국 선수인 이영표 선수가 속해있었습니다. 다만 이영표 선수는 당시 주전에서 밀려 결승전에서는 뛰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 도르트문트로 이적합니다.) 손흥민 선수도 자신의 프로 커리어 최초의 우승이었는데, 우승 세레머니에서 허리에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 선수가 직접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한 명의 축구팬으로서 너무 벅차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서 감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했지만, 리그에서는 강등권 바로 위인, 20개 팀 중 17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사실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토트넘은 전통적인 우승 후보라기보다는,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상위권 팀에 가까운 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앞서 있는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환경적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입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대표주자 '토트넘'
스포츠 분야의 기후 변화 대응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스포츠를 만들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Sport Positive에서는 'Sport Positive League'라는 이름으로 주요 프로축구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소속 구단들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구단들의 탄소 배출량, 에너지 사용, 재활용 등 다양한 환경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이 순위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는 평가를 시작한 이래로 매 시즌 우승하고 있는 것과 같죠.
Sport Positive League 자세히 보기 : https://www.sportpositiveleagues.com/
세계 최초의 'Game Zero' 탄소 중립 축구 경기
토트넘의 대표적인 친환경 사례 중 하나는 'Game Zero'라고 알려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축구 경기입니다. 2021년 9월 19일 토트넘 홈경기장에서 열린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Game Zero'라고 이름 붙여, 경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남은 배출량은 재조림 프로젝트를 통해 상쇄하여 탄소배출량이 0(Zero)인 경기를 치른 거죠. 해당 경기에서 토트넘의 선수들은 친환경 바이오디젤로 운영되는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여 이동 배출량 80% 이상을 감소시켰고, 팬들에게 경기장 방문 시 친환경 이동수단 이용을 독려하여 토트넘 팬들은 당일 경기장 이동 시 총 36,000마일을 도보로, 225,000마일을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용하여 동참했습니다. 당일 경기장에서 제공된 음식은 모두 지역산 및 지속 가능한 식재료로 준비되었고, 채식·식물 기반 음식(Plant-based meal)의 판매량이 평소보다 94%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중계팀도 해당 경기를 제작하며 탄소 배출량을 70% 감축하며 함께했죠. 이렇게 감축한 후에도 남은 탄소배출량은 동아프리카의 산림 재조림 사업을 지원하며 상쇄함으로써 넷 제로(Net Zero) 경기를 달성했습니다.
이 외에도 토트넘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100% 재생 전기와 친환경 가스를 사용하며, LED 조명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경기장 시스템으로 경기장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종이팩 물이나 나무 수저를 사용하여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회용기를 활용하여 폐기물을 저감하고 있죠. 경기장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지역에서 조달하고, 모든 구역에서 식물 기반 음식을 판매합니다.
토트넘 경기장은 지어질 때부터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이 함께 고려된 경기장이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을 포함해 총 4개의 역이 인접해 있어 팬들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고, 경기 당일에는 무료 셔틀이나 자전거 주차 공간 등을 제공하여 팬들이 자차가 아닌 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통해 경기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구단이 소유한 부지에 수백 그루의 나무나 야생화, 식물 등을 심어 생태 서식지를 조성하고, 곤충 호텔이나 박쥐 서식지를 조성하여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기도 하죠. 이런 토트넘의 친환경 사업들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꽤나 신경 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토트넘뿐 아니라 유럽 주요 축구리그에서는 리그나 구단 차원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최근 4~5년간 많은 진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초기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나아가서 이제는 숲을 조성한다던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구장이나 훈련시설에 벌집을 조성하고 관리하며 생물 다양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축구나 스포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역까지도 확대하고 있죠. 탄소배출량 측정도 쉽지 않은 우리나라 스포츠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떠날 때 끝까지 남아 주장으로 토트넘을 우승으로 이끈 손흥민 선수처럼,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K리그의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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