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누군가의 천사가 된 날
2024년 9월 8일 일요일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실 자원봉사 Day 5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오늘은 순례자 사무실 오후 출근이라 맛집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해 보자고 서둘러 산티아고 시내로 출발해 본다. 작년에 순례자로 산티아고에 겨우 이틀 머물렀을 때는 잘 몰랐지만 이번에 여유 있게 몇 주를 있게 되니 틈틈이 검색한 아기자기한 맛집과 카페들을 들릴 소소한 기회가 있어 늘 신이 난다. 오늘은 지난번에 들린 커피 맛집 Ratinos보다 더 평점이 높은 Mori Café에 왔다. 눈독 들이던 흘러내리는 듯한 엄청난 비주얼의 치즈케이크를 시키고 카페 콘 레체를 시켜 아늑한 2층으로 올라가 본다. 생각보다 널찍했던 2층에서 몇몇은 노트북을 몇몇은 소파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게 이탈리아에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딱 내 스타일의 카페라 아~ 음식 먹기 전에 이미 행복해진다. 다음에는 책 읽을 거라도 가져와서 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곳. 산티아고에 지내는 동안 두어 번은 더 올 것 같은 카페를 찾아 기쁘다.
주문한 음료도 2층 자리로 직접 가져다주고 이곳은 서비스도 참 좋네. 그러고 보니 스페인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 친절한 것 같다. 뭐랄까 말을 걸기까지는 모르지만 딱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적절한 친절함과 웃음이 묻어 나오는 사람들. 참 매력 있는 사람들이라 어딜 가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나저나 여기 치즈케이크 너무 맛있어서 커피 한잔 더 시켜 끝을 보았다. 한국처럼 단단한 식감이 아닌 크리미 하며 치즈맛 가득한 게 서울 치즈룸에서 파는 그 치즈케이크 느낌이다. 이런 걸 딱 한번 작년 순례길에 먹어봤었는데 아 이거 또 추억으로 여행을 보내주는 그런 맛이구먼. 새로 시킨 아메리카노에 물 좀 많이 넣어달라 하니 아주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완벽한 한국식 스타일의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셔서 행복하고 배부르게 브런치를 마쳤다.
카페에서 두어 시간 인터넷 서칭도 하고 글도 보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다 자리를 털고 대성당 쪽으로 이동해 본다. 어느새 하루의 일과과 된 순례자 사무실 가기 전 대성당 앞에서 나만의 조용한 나만의 시간 갖기. 사람 구경도 하고 저 멀리 기둥에 앉아 하염없이 성당을 우러러보기도 한다. 같은 시간대에 성당을 공유하는 우리는 모두가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겠지만 이곳에 온 것을 감사하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공통점은 있을 거란 생각이 재밌다. 이제 볼만큼 보았으니 순례자 사무실을 가볼까 하고 막 일어나려던 찰나에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인 코스타리카 아주머니 레슬리가 내 이름을 보며 마구 뛰어 왔다.
“ㅇㅇ야! 잠깐만! 잠깐만! 나 너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한국인이야!”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레슬리 뒤로 작은 체구의 한국인 여성분이 뒤늦게 뛰어 오셨다.
“저 한국인 처음 봐요!”
신기해하면서도 안도한듯한 이 한국인 여자분은 이제 막 콤포스텔라를 받고 성당 앞에 앉아 계시다가 레슬리를 만났다고 한다.
“순례길 걸으면서 한국인 한분도 못 봤었거든요. 순례길 마치고 누군가와 너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저 레슬리라는 친구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러다 자기 자원봉사자고 함께 일하는 친구 중에 한국인이 있다고 그 친구 늘 일찍 오니 곧 여기 지나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레슬리는 이 분에게 스위트한 볼키스를 날리시며 사랑한다고, 너와 이야기해서 즐거웠다고 하며 근무를 위해 자리를 뜬다. 나 또한 곧 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먼저 물은 말이 이거다.
사진 마음에 드는 거 찍으셨어요?
제가 찍어드릴게요!
한국분을 만난 게 나 또한 너무나 반가웠는데 15분 내로 순례자 사무실에 도착해야 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히 이 분이 외국인한테 사진을 몇 장 부탁했는데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셔서 ‘옳지! 잘됐다’ 싶더라고. 내가 혼자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도착한다면 가장 아쉬울게 바로 사진이 아니었을까. 우린 멋진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하기로 했다. 난생처음 본 이분의 손을 잡고 저 따라오시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아치에서 바라보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해보세요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드렸다. 슈퍼 ENFP인 게 이럴 때 쓸모 있구나 싶다. 빨리 찍기 편하게 익숙한 내 핸드폰으로 40여 장을 찍은 다음 얼른 카카오톡을 등록해 바로 보내드렸다.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환히 웃으시는 이분께 완주 축하드린다고 산티아고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아쉽지만 자원봉사를 하러 순례자 사무실로 향한다.
눈물의 일요일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순례자 시무실이 바쁜 주말이다. 어쩌면 어제보다 더 바빴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정말 많았던 사연만큼 그 따뜻함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호주에서 온 62세의 메를린 아주머니는 작년에 항암치료를 끝내고 암완치 선언을 받고 순례길을 걸어오셨다고 해서 내 눈물샘을 자극하셨다. 8개월 전에 남편이 돌아가시고 그 슬픔을 길 위에 조금씩 내려두고 걸어와서 지금은 행복하다고, 나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셨다. 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정말 크게 고함을 지르시고 싶었다고 하시는데 가슴에 담아왔던 두려움과 슬픔을 해방하고 싶었던, 갈증이 확 풀리는 기회를 산티아고가 드리려고 했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둘이 손잡고 울다가 웃기도 하면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콤포스텔라를 드리면서 얼른 대성당으로 돌아가서 아까 지르고 싶으셨다는 고함 실컷 지르시라고 하고 안녕을 고했는데 나가시던 아주머니가 뒤돌아보시며 나에게
“악~~~ 콤포스텔라 받았다! 이게 내 고함이야! “
하고 큰 소리로 말하신 뒤 씩 웃어 주신다. 내가 드린 사탕을 가슴으로 가져가 꼭 안으시며 날 천사라고 부르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메를린 아주머니. 그녀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암과 싸웠던 두려웠던 시간, 항암치료를 받았던 인내의 시간, 캔슬프리를 받았을 때의 기쁨의 시간과 남편의 죽음을 지켜봤던 슬픔의 시간까지 참으로 복잡했던 길고 긴 시간들을 소화해 나가는, 그리고 그 안에서 그녀만의 빛을 찾아 나가는 긍정의 길이었을 것이다.
이제 막 두 살이 되었다는 손주와 언젠가는 순례길을 다시 걸으실 거라고 하시길래 왜 자식들과 안 걸으시고 손주예요? 하고 묻는 나에게 자식들은 이미 머리가 다 커서 내 맘대로 못하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울 기회가 아직 남은 손주랑 걸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도 하신다. 다행이다 밝아 보이셔서.
“그리고 함께 걷게 되면 왜 이 할머니가 순례길을 걸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두려움이 날 잡아먹질 않길, 그 안에서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할머니 메를린과 다 큰 손주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실 때가 오면 그때는 슬펐고 두려웠던 지난 시간도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하실 수 있겠지. 아주 건강하게, 암과 싸우기 전보다도 더 건강해지셔서 두 번째 산티아고를 걸으실 아주머니를 응원해 본다.
한참을 울고 보낸 메를린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몇 시간 뒤에 한국인 순례자 한 분이 내게 오셨다. 하루에 많아야 한 두 분 만나는 한국분이라 나는 이미 너무 반갑고 환영하는 마음 백 퍼센트 충전! 반갑게 인사하고 콤포스텔라 발급을 위해 순례자 여권을 확인하는데 중간중간 건너뛰신 부분이 있으셔서 어떤 연유가 있으셨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실은 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셨던지라 무리해서 많이 걷지는 못하셨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해 주시는 게 아니가. 이러면 안되는데… 눈물이 나려한다.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분 앞에서, 난 그 아픔의 십 분의 일도 이해 못 할 사람이면서 주제넘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지금 치료는 다 받으셨지만 한국 돌아가셔서 암이 완치되었을지 전이되었을지 확인하는 추적검사를 앞두고 혹시나 전이되면 평생 순례길을 못 올까 봐 지금 오셨다고 하신다. 나는 건강한 몸으로도 힘들다 하며 걸었던 순례길을 이분은 힘든 몸으로 소망을 하며 조금씩 나눠 걸으셨을 생각에 눈물이 쏟아지려는데 그분도 울고 계셨다. 다행이야, 이 분 앞에서 철없게 혼자 울지 않을 수 있어서. 손을 잡고 분명 결과 좋으실 거라고, 난 그렇게 믿고 있겠다고 했다. 건강한 몸으로 순례길 도시 다 지나 완주하실 날이 곧 올 거라고! 금방 그렇게 되실 거라고 주문을 외우듯이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드린 사탕을 고맙다며 감사하게 받아주시는 모습에 내가 더 감사해지는 순간. 정말 좋은 소식이 있길. 아니!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순례길이 이분께 아주 좋은 기운을 많이 주셨길, 그리고 앞으로 이분이 걸을 또 다른 순례길을 위해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시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저녁이다.
한 순례자의 특별했던 순례자 여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들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오늘 나를 울렸던 두 순례자의 용감했던 이야기 외에 귀여움으로 마음을 흔들어 놓은 어린 순례자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순례길을 걸은 20살의 아게다가 건네준 순례자 여권은 만들어진 기간이 조금 남달랐다. 2013년 8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게다는 9살이었던 해에 성체성사(Communion)를 받고 그 기념으로 어린 나이에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엄마와 함께 절반의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11년이 지나 올해 그 길을 마친 거라는 거. 1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깨끗하게 관리된 순례자 여권을 보니 얼마나 어머니가 소중하게 보관하셨을지 상상이 간다.
“11년이니 걸렸지만 드디어 우리가 함께 해냈어!”
너무나 뿌듯해하는 그녀와 그녀의 엄마의 행복한 웃음을 보며 나도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아게다의 케이스를 보며 기간에 상관없이 나만의 산티아고를 만들어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들에게 산티아고는 꼭 해야 할 숙제이기보다 길이 부를 때 기꺼이 떠나는 하나의 여정인 것 같다. 꼭 젊었을 때 떠나야 한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가장 긴 길을 걸어야 한다 또는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해 걸어야 한다 같은 강박 없이 본인이 준비가 되었을 때 나의 마음만큼 걷는 거. 쉬어가도 돼, 그게 길 위에서 하루가 되던 길을 멈추고 일 년이 되던 십 년이 되던 나에게 적합한 때와 길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여유가 참 마음에 든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산다는 특이점도 작용하긴 하겠지? 순례길을 품고 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참 궁금해지는데 우리에겐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멀리 한국에서 왔기에,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스스로의 여정에 야박할 수밖에 없는, 후회를 안 남기려 스스로를 몰아붙일 때도 생기고 때때로 살짝 조급해지는 그런 감이 아주 없진 않으니까. 같은 순례자이지만 마음은 너무 다른 어쩔 수 없는 지리적 어드밴티지를 가진 스페인 사람들과 유럽 사람들이 살짝 부러워진다.
누군가의 천사가 된다는 거
오늘 저녁에 나는 특별한 약속이 생겼다. 바로 사무실 출근하기 직전에 만나 사진을 찍어드린 한국 여자분 Y언니와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 자원봉사를 하며 언니를 내게 데려왔던 레슬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언니가 정말 누군가와 너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고, 이야기를 하며 울기도 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걸렸단 말이지. 혹시나 걸으신 길이 힘드셨던 걸까, 누군가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만나셨던 건가 마음이 쓰인다. 그러고 보니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우셨던 것 같은 얼굴이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신 분과 정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오후에 사진을 전송해 드리려 받았던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었다. 혹시 저녁에 계획이 따로 없으시면 퇴근하고 술 한잔 같이 하시겠냐고. 그렇게 급하게 성사된 만남. 외국인 옆에 앉아서라도 털어놓고 싶었던 그 마음을 내가 조금 덜어드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나도 안다. 이런 게 오지랖일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오늘 여러 이야기가 있는 순례자들을 만나며 순례길이 이어주는 모든 만남에는 다 이유가 있고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끌림에는 다 나의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단호함이 생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마도 지금 내가 산티아고에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그렇게 Y 언니와 나는 다시 만났다.
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타파스 바 중 하나인 Bispo에 남는 자리가 있어 보여 얼른 들어가 바에 자리를 잡았다. 체구도 작고 어려 보이시던 여자분이 실은 나보다 열 살도 더 많으신 언니셨다니 처음부터 일단 놀라고 들어간다. 그리고 언니와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나 다행히도 언니에게 이번 산티아고는 축복이셨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행복하게 걸으셨다고 한다. 정말 긴 프랑스 북쪽 길을 포함한 긴 길을 걸으신 언니는 하루에 보통 35km, 많을 때는 40km도 걸으셨다는데 와 그 정도면 아주 잘 걷는 건장한 성인 남성보다 잘 걸으시는 거다. Y 언니는 그저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설마 한국인 한 명 못 만날까 조금의 의심도 없이 시작한 순례길에서 정말 한 명도 못 만나셨다고 한다. 런던에서 2년 간 일하셨던 경력도 있으시고 외국인 친구 만드는데 언어문제가 없으셨을텐데 이래나 저래나 한국인에겐 한국어로 말할 친구가 필요한가 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이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길을 살펴주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잠깐의 휴식조차 우린 사람에게서 얻어야 하는 연약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언니의 인생 모험담을 들으며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 무렵 언니가 무언가를 꺼내 내게 주셨다.
“이거 프랑스 성지 루르드(Lourdes) 성당에서 사 온 성수예요. 12병 사서 계속 지고 다니면서 천사를 만났을 때만 나눠주었어요. ㅇㅇ씨는 제 열 번째 천사예요. “
아… 감동에 말문이 막힌다. 이렇게 귀한걸 날 주셔도 되나? 가방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 무게를 견디면서도 가지고 다니신 물건이라면 정말 소중하셨을 텐데 말이야. 성지에서 가져온 귀한 성수를 나눠주는 언니도 어렵게 생각해서 가지고 나오셨을 것 같아 정말 감사하게 받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잘 모셔서 이탈리아에 안전하게 가져가겠다고 언니와 약속하며 헤어졌다.
*** 프랑스 루르드 대성당은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이라 해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성지이다. 특히 루르드의 성수는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믿어진다 ***
오늘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순례자 사무실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많이 울었고, 많이 웃었고, 많이 감동했으며 새로운 만남과의 다채로웠던 대화로 물들었던 하루였다. 숙소로 발을 옮기기 전에 예쁜 산티아고 대성당을 배경으로 언니가 주신 성수를 들고 사진을 남겨본다. 은은하게 지고 있는 해가 꼭 내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은 평화로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