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 마트 찾기, 수퍼마켓 추천
나는 외국에서 마트 구경하는 게 가장 신나더라
자타공인 간식대장인 내가 여행을 가서 가장 행복해지는 순간은 바로 외국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이다. 물론 유명한 랜드마크에서 사진 찍고, 기념품사고, 음식 먹고 다 좋단 말이지. 근데 외국 마트에 가면 그 특유의 몽글몽글하게 기대가 차오르는 걸 느끼는 재미가 있단 말이야. 일단 내가 간식들을 좋아해서 맛 좋은 현지 과자들이나 티, 초콜릿 등을 기가 막히게 잘 찾는 것도 있고, 음식을 사서 내 나라로 돌아오면 한동안 여행에 대한 추억을 머리와 눈으로만이 아닌 입과 향으로도 즐기며 다양하고 오래 음미하는 묘미가 있어 음식을 살 수 있는 마트를 좋아한다. 나는 현지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들을 선물로도 많이 사가는 편에 원래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마트에서 장 보는 걸 너무 좋아하는 타입이라 외국 마트에서 장보는 것이란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그런 설렘과 재미로 다가온다.
그럼 산티아고에서는 어땠을까? 일단 너무너무 재밌었지 뭐야. 내가 사는 이탈리아와 비교했을 때 외국 문물(?)이 더 많이 들어와 있어 미국 간식들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이었다. 물론 미국 자체와는 비교 안 되는 소소한 수입품들이었지만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었다. 승무원시절 미국 비행을 가서도 캡틴크런치를 종류별로 사 오는 등 워낙에 시리얼도 좋아하는데 오! 여기 스페인 까르푸에는 트릭스가 있었다! 혹시 동서식품 포스트에서 나왔던 스타베리라는 시리얼을 기억하는 사람 있을까? 막 마흔이 된 지금까지도 스타베리는 나의 최애 시리얼이라 잊지 못하는데 트릭스가 가장 스타베리 맛과 비슷하다는 인터넷의 평이 많아 궁금했던 참에 여기 있네! 이탈리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라 냅다 집어왔다. 내가 생각하는 스페인의 마트의 느낌은 로컬의 신선한 과일, 채소, 육류(특히나 하몽)가 가득하고 거기에 현지 브랜드들 입지 확실한데 외국 브랜드 음식들도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는 매우 발란스 좋은 곳이라는 거다.
산티아고에서 절대 일요일에 장 보면 안 되는 이유
aka. 공포의 일요일
그런데 말입니다… 산티아고의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데 있어 어마어마한 복병이 있다. 그건 바로 일요일에는 까르푸 같은 모든 슈퍼마켓은 일요일에 영업을 아예 안 한다는 사실. 슈퍼마켓만 그런 줄 알아? 아니야, 자라도 안 열고, 꽃집도 안 열고, 와인가게도 안 열고…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를 제외한 거진 모든 가게들이 일요일에는 영업을 안 한다. 이게 처음에는 가톨릭 성지이고 주일의 개념에서 안 하나, 미사를 드려야 해서 안 하나 이런 개념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노동법과 관련해 노동시간과 의무 휴일 등을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도 뭐라고 일요일에 장 보러 나갔다가 낭패를 봤다. 아니 까르푸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니 헛걸음을 하고도 굳게 닫힌 문을 보며 믿을 수가 없었다. 가장 장사 잘될 것 같은 일요일에 대형 슈퍼마켓이 문을 닫는다고? 여러분 이게 바로 스페인 노동법 플렉스입니다. 그러니 산티아고에 계신 우리 한국인 순례자 여러분, 일요일에는 제대로 된 장을 절대 볼 수 없다는 걸 꼭 알아둡시다.
대신에 레스토랑과 기념품 샵들이 즐비한 골목들 사이에 있는 몇 평 남짓한 작은 간이 마트들은 일요일에도 문을 열기 때문에 간단한 물, 음료, 봉지과자 등과 맥주 정도는 살 수 있으니 급할 때는 뭔가를 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금 생각하자면 순례길을 계획할 때 이왕이면 산티아고 입성하는 날이 일요일이 아니게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름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혹시 본인이 나처럼 외국 마트 둘러보는 걸 너무 좋아하고 이것저것 친구들 과자랑 커피 티 등의 현지 선물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산티아고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면 일요일 입성이나 일요일에 산티아고에 머무는 스케줄은 이왕이면 살짝 피하는 걸 추천한다.
산티아고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은 어딜까?
산티아고에서 대형마트의 느낌을 가진 곳은 As Cancelas라는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한 까르푸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기준으로 걸어가면 30분 정도고, 우버랑 비슷한 공유차량 서비스 칼비파이(calbify)를 이용하면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개인적으로 산티아고에 만 하루 이상 머무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꼭 방문하라고 하고 싶다. 일단 카르푸가 정말 커서 외국 슈퍼마켓 러버라면 눈 돌아가게 즐거운 곳이다. 마트에서만 2시간 놀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놓치기 매우 아까운 장소. 게다가 대형몰이라 자라나 H&M 같은 패션 브랜드도 다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는 없는 프라이마크(Primark)가 있어서 쇼핑하기 최적인 공간이라 강력 추천한다. 나는 이곳에서 신선한 과일들을 정말 많이 사다 먹었는데 가격이 한국의 반도 안 되는 것 같고 심지어 같은 유럽국가인 이탈리아와 비교해서도 30% 이상은 더 저렴했다. 스페인의 저렴한 물가 체감이 확 되었던 경험이랄까. 정말이지 말이야 스페인에서는 먹는 게 남는 것 같다. 특히나 신선한 과일과 고기들 제발 많이 좀 먹어줘!
그럼 산티아고 대성당 근처에서 도보 가능한 슈퍼마켓은 어디로 가?
산티아고 구시가지 안에 도보로 가능한 위치에 크게 3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정말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소형마트인 Froiz와 구시가지에서 7-8분 안에 도착 가능항 중형 마트인 로컬 마트 Gadis와 까르푸 마켓이 있다.
1. 가장 가깝고 빠른 곳 Froiz
Supermercados Froiz
위치 : Praza do Toural, 2, 15705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영업시간 : 아침 9시 - 저녁 9시 반 (일요일 휴무)
Froiz는 구시가지 한가운데에 있는 소형 슈퍼마켓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구시가지 내에서는 유일한 슈퍼마켓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좀 크다고 하는 편의점 사이즈라고 할까? 그래도 생필품을 포함해 필요한 거는 다 있는 마트인 데다 순례길을 끝내고 숙소에서 먹을 물이나 간단한 음식들 구하기에는 이곳만 한 접근성을 가진 곳이 없다. 그래서 늘 순례자들로 붐빈다. 일반 물이나 술, 과자 류의 가격은 다른 곳과 비슷했는데 유난히 과일 가격이 매우 비싼 느낌이 들어서 여기서 과일을 사다 먹지는 않았다. 마트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분들이나 순례길을 마치고 산티아고에 아주 짧게 머무르는 분들에게 적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2. 신선한 육류를 사려면 여기 Gadis
Supermercados Gadis
위치 : R. de Montero Ríos, 23-25, 15701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영업시간 : 아침 9시 반 - 저녁 9시 반 (일요일 휴무)
스페인 현지 마트 브랜드인 가디스는 로컬이 정말 많이 붐비는 마켓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기준으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앞서 말한 Froiz와는 비교되게 이제야 좀 슈퍼마켓 다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중대형이라고는 말 못 하겠고, 중형 정도 되는 곳인데(물론 지점마다 크기 차이가 있다) 있을 것 다 있고 정육 부분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하몽과 고기들을 사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재료나 과자섹션은 너무 크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인데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을 고를 정도로 크진 않다. 그래도 햄과 치즈들이 정말 잘 갖춰져 있고 빵섹션도 바로 만드는 듯 회전율 좋은 것 같고 과일도 싱싱한 느낌의 마트였다. 특히나 정육 부분이 정말 잘 된다고 할까?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서라도 하몽과 같은 고기류, 햄류들을 사간다. 그렇게 느긋하지만은 않은 스페인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서까지도 이곳에서 고기를 사간다는 건 그만큼 신선하고 맛있다는 거겠지? 나도 마지막 날 이곳에서 30분을 기다렸다가 신랑 좋아하는 하몽을 사갔는데 종류도 많고 직원들이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줘서 기분 좋은 구매를 했다. 매장 전체적으로 모든 섹션들이 잘 관리되고 매우 잘 팔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너무 크기만 하고 복잡한 곳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좋은 크기의 이상적인 마트이다. 적당히 큰데 한 층 안에 딱 끝나고 필요한 거는 다 있는데 새것 같은 그런 곳을 원한다면 바로 가디스로 가자.
3. 옷도 살 수 있는 시티 안의 2층 까르프 마켓
Carrefour Market
위치 : R. de Montero Ríos, 33, 15706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스페인
영업시간 : 아침 9시 - 저녁 10시 (일요일 휴무)
2층으로 돼있는 중대형 까르푸 마켓이야 말해 뭐 해. 입구로 들어가는 1층에는 의류와 생활용품, 가전용품이 준비되어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식품부가 펼쳐지는데 그 규모가 꽤 크다. 개인적으로 과자와 치즈 가공품, 빵 코너는 마음에 들었는데 신선한 육류를 바로 살 수 있는 곳은 살짝 방치된 느낌이 들어서 하몽 같은 걸 살 때는 그냥 Gadis로 갈 것 같다. 그래도 규모 하나 면에서는 산티아고 시내 안에 여기를 따라 올 곳이 없기에 강력 추천. 혹시나 과자나 초콜릿 같은 선물을 사가고 싶다면 마지막 날 여기에 들려 사 오면 딱이다.
여기 까르푸 마켓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옷 섹션이었는데 내가 산티아고에 막 도착했을 때 한여름을 생각하고 갔던지라 옷이 엄청 얇았단 말이지. 의외로 선선한 데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기까지 한 산티아고의 9월 날씨에 매우 당황했었는데 이곳 까르푸 마켓 덕분에 살았다. 물론 주위에 옷가게들이 많긴 했지만 비싼 돈 주고 한 번만 입을 그저 그런 옷들을 사기는 싫었던지라 이곳 까르푸에서 긴바지에 청남방 정도 가장 무난한 걸로 사다가 아주 잘 입었다. 디자인들도 튀지 않은 기본들에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아 여기서 사온 검정진과 운동복 바지는 아직까지 잘 입고 있을 정도다. 혹시나 산티아고에서 더 추운, 더 더운 나라로 이동하거나 여행하시는 분들 중에 계절이 좀 안 맞아서 옷 준비가 덜 돼있는 상태라면 까르푸 마켓에서 무난하고 튼튼한 옷들 가성비 있게 이용하시길 바란다.
슈퍼마켓에서 스페인의 물가와 문화 체감하기
산티아고에서는 일요일에 큰 슈퍼마켓은 모두 문을 닫는다 (담배가게 같은 작은 점포들에서 간단한 것들은 구입 가능)
산티아고에서 가장 큰 마트는 As Cancelas 몰 안에 있는 까르푸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Froiz다
신선한 하몽 등을 원한다면 도보 10분 거리의 Gladis를 추천한다
시티 안에서는 가장 크고 옷까지 살 수 있는 곳은 까르푸 마트다
해외에서 슈퍼마켓을 구경하는 건 그 나라 사람들의 집을 엿보는 것 같이 간단하지만 대강의 문화를 체감하기에 꾀나 유익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과일 가격 하나를 봐도 그 나라의 물가도 대강 체감할 수 있고 과자와 음료 같은 구성만 봐도 뭘 선호하고, 우리와 뭐가 다른지 보이는 게 참 재미도 있다. 이왕 산티아고에 도착한 거 적당한 크기의 마트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먹는 술도 한번 봐보고, 과자들도 몇 개 골라 먹어보며 우리가 스페인의 성지에 도착했다는 걸 다른 방법으로 소소하게 즐기고 기념해 보자. 순례길의 끝에 도착했으니 더 마음껏, 더 제대로 스페인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마트 나들이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