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트에서는 뭐가 맛있을까
외국에서 마트에 가주는 건 국룰 아닌가요
독일에서 마트에 가면 각가지 맛의 밀카 초콜렛을, 네덜란드에서 마트에 가면 스투룹와플과 토니 초콜렛을, 필리핀에서 마트에 가면 가면 조비스 바나나칩과 7D 망고를, 이렇게 각 나라별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마트 간식들은 의외로 명확한 편이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을 통해 이미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잘 공유할뿐더러 말 잘 듣는 모범 여행자인 한국인들은 한 번 찾아둔 건 잊지 않고 현지에서 야무지게 잘 사간단 말이지. 무엇보다 한국인만큼 한국인의 취향을 잘 아는 사람들이 어딨겠어. 나도 새로운 곳을 여행하기 전에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의 꼭 사야 하는 마트 리스트를 검색하는 걸 늘 잊지 않고, 그 덕도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이번에 산티아고에 2주 동안 있으면서 슈퍼마켓에 참 자주 들렸다. 원래 마트를 가는 걸 정말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순례자사무실에서의 자원봉사라는 목표를 가지고 2주일간 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기에 더 자주 마트에 갈 수밖에 없었다. 과일이나 시리얼 등 이른 아침 혹은 늦은 저녁에 식사나 간식으로 먹을 음식들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숙소를 공유한 다양한 국적의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요리를 하는데 나는 내 집을 떠나 외국에 있을 때 이왕이면 밖에서 마음껏 현지 음식을 즐기는 것을 선호했다. 스페인에서 2주를 보내는데 집에 돌아가도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파스타들을 여기서 주구장창 해 먹는다면 그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여기 산티아고에 머무는 2주일간 외식을 하지 않는 날에는 스페인 현지 과일과 다양한 간식들을 먹자는 굳은 신념으로 정말 골고루 다양한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간식대장이 추천하는 스페인 슈퍼마켓에서 꼭 사야 할 음식들 Top 5
간식을 정말 좋아하는 나는 한국과 이탈리아에서는 물론 어느 나라를 가든 늘 새로운 걸 시도한다. 아는 과자도 새로운 맛이 나오면 시도해봐야 하는 성격이랄까. 그냥 달달한 것도 좋고, 아메리카노나 얼그레이 같은 차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티푸드 종류도 너무 재밌고. 특히 새롭고 맛있는 간식이 커피 한잔과 기가 막히게 어울릴 때 그 기쁨과 만족도는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것만 같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발견한 나의 간식들. 다시 돌아가도 또 사 먹고, 또 사 올 것 같은 내 최애템을 공유해 본다.
5위 : 스페인 국민 코코아 ColaCao (콜라카오)
코코아를 떠올릴 때 미국에 네스퀵이 있고 호주에 마일로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콜라카오가 있지! 콜라카오는 순례길을 걸으며 이른 아침 바에서 자주 마셨던 추억의 음료로 개인적인 의미로는 1위 내지 2위로 고르고 싶었지만 의외로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서 5위로 골라봤다. 물론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전에는 콜라카오의 존재에 대해 몰랐는데 한 달 넘게 걸으며 커피를 먹으러 들어간 대부분의 바에서 콜라카오를 함께 팔고 있어 알게 되었고, 순례길을 함께 걸은 우리 친언니가 자주 마시다 보니 나도 함께 좋아하게 된 코코아다. 따듯한 우유에 타먹는데 네스퀵과 마일로보다 훨씬 진하고 깊은 맛이 나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맛있는 코코아다. 작은 플라스틱통에 들어있는 걸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보관이 쉽겠지만 나는 깔끔하게 6개의 팩으로 나눠서 들어간 작은 상자를 선물로 사가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을 겨울에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즐기는 편인데 그런 나에게도 코코아 한통을 다 끝내기란 쉽지 않기에 저 파우치 형태로 나눠져 있는 게 정말 좋다. 실제로 스페인 바에서도 콜라카오를 시키면 데운 우유와 함께 코코아 한 팩과 스푼을 준다. 그러니 오히려 6개 팩을 사는 게 현지에서 먹었던 그 감성까지 챙길 수 있는 치트키에, 작고 가벼워서 선물하기도 좋다. 유통기한도 2년 정도로 아주 넉넉해서 좋다.
4위 : 초콜렛 와퍼 Huesitos (우에시토스)
당 떨어진 듯할 때 가장 좋았던 초코렛 와퍼바 우에시토스(Huesitos). 낱개 포장이 돼있어서 큰 거 한 봉지 사두고 한두 개씩 가방에 챙겨다니기에 딱인 간식이었다. 내가 간식 좀 먹어 본 사람으로서 요즘 맛있는 와퍼를 찾기 좀 힘든데 이거 초콜렛도 맛있고 아주 마음에 들었었다. 초콜렛 커버가 무려 스페인 국민 브랜드 초콜렛 발로르(Valor)이기 때문에 이미 맛이 보장된 거 아니겠어. 밀크초콜릿인데 너무 달지도 않고 딱 맛있는 수준이다. 이건 이번 자원봉사를 할 때도 하루종일 말을 하다 기운 빠질 때 중간중간 찾는 내 최애 간식이었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도 순전히 맛있어서 들고 다니던 비상식량 중에 하나였다. 너무 달치지도 않고, 와퍼와 초콜릿 비율이 딱 좋은 게 맛에 호불호가 없이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맛이라 추천한다. 12개 들이 한 봉지를 사면 바 한 개당 340원인데 이 가격에 요즘 한국에선 사탕 하나도 못 사 먹는 가격일 것 같다. 진심 가성비 좋고 맛있는,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초콜릿 와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실컷 먹은 오리지널 초콜릿 맛 이외에도 크리미 맛과 화이트 초콜릿 맛이 있는데 오리지널이 맛있어서 다른 맛을 사고 싶지도 않았을 정도였다고 할까? 그래도 다음에 스페인에 간다면 화이트 초콜릿맛은 꼭 시도해 봐야겠다. 아 지금도 먹고 싶다. 무료한 오후에 하나 딱 까서먹기에 정말 깔끔한 간식이다.
3위 : Conguitos 콩기토스 초콜릿
콩기토스 초콜릿은 스페인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초콜릿인데 원래는 땅콩 같은 견과류가 들어있는 볼타입 초콜릿이 제일 유명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추천할 거는 안에 다이제스티브 과자가 들어간 화이트 갈레타 초콜릿! 이게 정말 맛돌이라 아메리카노 한잔에 같이 먹기 시작하면 살짝 무리해서 한 봉지 다 끝낼 수 있음. 화이트 초콜릿이 과자를 살짝 감싸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달지 않고 딱 적당한 게 끝도 없이 넘어간다. 내가 먹어본 화이트 초콜릿들 중에서 손꼽히게 마음에 들어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 여러 봉지 더 사 왔다. 일단 2500원 정도인 가격도 너무 착한데 양은 또 아주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마음에 들고, 주황색 패키지가 예쁘기까지 해서 주위 선물용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 이 화이트 초콜릿 쿠키 같은 식감이 너무 좋아 밀크 초콜릿 버전도 먹어봤는데 너무 평범하고 맛있는 초콜릿 느낌은 아니었으니 참고하자. 콩기토스는 종류가 여러 개인데 초콜릿 볼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에 따라 다르니 꼭 갈레타가 쓰여있는 다이제스티브 버전을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초콜릿 쿠키볼이라고 하면 몰티즈와 비슷할 것 같은데 이게 코팅이 더 부드러운 쪽에 속한다. 밀크초콜릿 갈레타 콩기토스랑 몰티져스를 비교하면 몰티져스가 훨씬 크런치하고 맛도 좋지만 화이트 갈레타 콩기토스는 정말 정말 맛있으니 초콜릿 좋아하는 분들은 꼭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2위 : Dhul의 치즈케이크 Tarta de quedo
이건 정말 치즈케이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백 명 중 백 명이 모두 좋아할 제품이다. 약간 꾸덕한 크림 타입으로 나온 치즈케이크인데 엄마야… 맛이 그냥 진한 치즈케이크 그 자체야. 이거를 먹기 시작하면 이제 가게에서 돈 주고 사 먹는 게 좀 아깝다 싶을 정도로 치즈케이크 맛 구현도가 엄청 좋다. 이 위에 딸기잼 조금 발라주면 딸기 치즈케이크가 되는 거고, 누텔라 조금 발라주면 초코치즈케이크가 되는 거다. 용량도 넓적한 요거트 통 크기라 깔끔하게 한번 먹을 정도로 소분이 너무 잘되어 있다. 하나를 사면 2개가 들어있고 그럼 한 개에 1600원 정도 하는 거니 가성비 최고인 치즈케이크가 아닐까 싶다. 정말 단단한 약간의 빵식감의 치즈케이크를 좋아한다면 조금 물렁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굳혀서 만드는 레어치즈케이크를 선호한다면 이건 꼭 먹어야 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테니 스페인 어느 곳에 계시던 꼭 드셔주세요. 가끔씩 마트에 들릴 때 몇 개 안 남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보일 때 사둬야 한다. 고멧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그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다. 절대 슈퍼마켓 납품 용으로 대강 만든 맛이 아닌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어 강력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케이크보다 이게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1위 : La Casera의 띤또 데 베라노
혹시 내가 순례길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했던 ‘띤또 데 베라노‘라는 스페인 음료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순례길을 마치신 분이라면 걸으시던 긴 기간 동안 적어도 한두 번은 들어봤을 법한 음료이기도 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시원한 과일을 담은 와인 상그리아와 비슷한 탄산 과일 와인이다. 술 좀 잘 만드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직접 레드와인에 레몬소다를 1:1 비율로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데 더운 오후에 마시면 달달한 와인의 향과 맛에 탄산의 깔끔함이 더해져 완벽 그 자체! 근데 말이야 스페인 많은 지역 대부분의 레스토랑에는 띤또 데 베라노를 주문하면 직접 만들어주기보다 이 La Casera의 띤또 데 베라노를 얼음 넣은 컵에 레몬 한 조각 넣고 그냥 따라주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곳은 아예 로고 그대로인 병째로 주는 곳도 있어서 사진 잘 찍어놨다가 먹고 싶을 때 많이 사 먹었다.
이게 페트병으로 커다란 걸 사도 4300원 정도밖에 안되고 4명 정도가 넉넉하게 나눠먹을 사이즈란 말이지. 더웠던 날에 산티아고 동기들이랑도 큰 얼음 한주머니 사다가 페트병 열어 콸콸 나눠먹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맛도 엄청 좋은데 3.4%의 도수도 살짝 들어가 있어 딱 일정에 방해 안될 정도로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술이라 추천한다.
무엇보다 캔으로도 팔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 8개 들어로 한 묶음을 사 왔다. 가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리울 때 추억의 맛으로 먹으려고 사 왔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산티아고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 끝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순례길을 함께한 우리 친언니에게 4캔을 가져다줬는데 너무 행복해했으니 혹시나 순례길을 걸으시며 띤또 데 베라노의 기쁨을 한 번이라도 맛보신 분들에게는 나름 센스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맛있어. 상그리아는 과일도 많이 넣어야 하고 숙성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La Casera의 띤또 데 베라노는 이미 섞여있고 캔으로 되어있기도 하니 운반도 쉽고 먹기도 깔끔하다. 다른 여러 브랜드들이 있지만 꼭 La Casera를 추천하고, 유명 제품이라 맛 초이스가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 노랑+빨강 라벨의 레몬을 사 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이게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판매하는 바로 그 맛이거든. 내가 가방 무게를 더 가져갈 수 있어서 스페인에서 딱 1가지 제품만 더 많이 챙겨 올 수 있다면 난 고민 없이 띤또 데 베라노 캔을 선택했을 것 같아. 그 정도로 맛 책임, 추억 책임질 수 있다.
좋은 건 나눠야지 더 좋지
앞서 말했듯 나도 여행을 갈 때 다른 분들의 후기와 조언을 많이 참고하고, 특히나 슈퍼마켓에서 사야 할 간식 리스트들은 받아 적어놨다 한 번쯤 사보고 맛보며 많은 재미를 봤다. 근데 의외로 스페인 슈퍼마켓에서는 뭘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없더라고. 대중적으로 올리브오일이나 와인, 빠에야 재료들 정도를 공유하시는 것 같은데 나 같은 간식대장에게는 그게 큰 필요가 없단 말이지. 나는 몇 유로로 즉각적인 즐거움을 살 수 있는 과자, 초콜릿 같은 게 더 궁금하거든. 맛있으면 적은 가격에 가족과 친구들것도 사다 줄 수 있고, 내 몫으로도 여러 개 사와 두고두고 추억으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쉽고 좋아. 게다가 난 이탈리아에서 사니까 뭐 올리브 오일이나 와인 같은 건 나도 여기서 좋은 거 구할 수 있기에 스페인에 있을 때 정말 순수한 나만의 관심으로 이것저것 간식들을 참 많이도 시도했다. 몇 가지는 나의 순례길에서부터 만난 아이템들이고 몇 가지는 이번 산티아고에서 보내며 발견한 음식들이었다. 단 한분에게라도 이번 이야기가 스페인에서의 달달한 추억을 만드실 수 있게 도움이 되시길, 작은 달달구리로 인해 스페인에서의 하루가 행복해지실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