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흉터에도 어느새...
갑상선 수술을 한지 이제 만 닷새가 지났다. 통증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면서도 흉터는 애써 외면하려 했다. 흉터를 보고나면 안정기에 접어든 마음이 다시금 술렁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수밴드로 가려진 흉터에 오히려 담담한 마음인 채로 지내오다 결국은 보고야 말았다.
간호사언니가 퇴원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배액관을 떼어주고 상처소독을 해주던 날, 흉터부위 피부가 물에 불은 것마냥 울퉁불퉁하고 꺼무잡잡하게 드러났다. 소독 후에는 의료용본드로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처치한 후 배액관이 있던 상처 주변으로 다시 방수용 밴드를 붙였다. 하지만 헉! 밴드 옆으로 흉터가 보인다.
흉터를 보고있노라면 자꾸 착잡해지는 마음을 가리려고 스카프를 둘렀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 탓도 있다. 스카프로 가려 보이지 않으니 내 마음에서도 흉터가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흉터가 있어도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퇴원해서도 스카프를 열심히 두르며 지냈지만, 자기 전 샤워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흉터를 마주하게 됐다. 처음엔 보자마자 시선을 피하고 싶던 흉터가 어느새 조금은 괜찮아져 있었다. 그새 적응이 되었나?
혹여나 물기가 틔었을까 흉터 주변을 잘 닦아준 후, 연고를 발라주었다. 차츰 새살이 솟아 내 흉터가 사라지는 그날이 오리라. 아마도 내 마음이 안정을 찾은 건 흉터가 점점 옅어지리라는 희망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절망하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를 살 수 있는 힘은 언제나 내 마음 속 자리한 '희망'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입원한 그날부터 나에게는 두 달간의 병가가 주어졌다. 육아 휴직 이후 처음 가져보는 장기휴가다. 이제 통증도 많이 편해졌고, 흉터에서도 많이 자유로워진 맘... 닷새라는 시간동안 나는 몸도 마음도 예전의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후회 없이 보냈다 자부할 수 있을까.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필명 세이노라는 분이 쓴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이다. 의문투성이인 인생에서 지식과 경험을 넓히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자신감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한 편 한 편 저자의 칼럼처럼 쓴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던 중 오늘 나의 마음에 울림을 준 이야기 한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제목은 '야망을 갖지 마라'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은 야무지고 원대하게 품지만 그 중 성공하는 사람이 극소수인 이유는 그 꿈을 실현시키는 아주 작은 단계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10년 안에 10억을 모으겠다는 꿈을 품었더라도, 그 꿈을 이룰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공상만 많이 한다는 것. 그러므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나 야망을 버리고, 10년 후 목표, 5년 후 목표도 세우지 말라고 세이노님은 얘기한다. 그저 1년 정도 앞의 목표만 세우되, 소박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고. 그리고 내가 얼마를 모았는지 계속 뒤돌아보지 말고, 다음달에 저축할 돈만 생각하라고.
이 글을 읽고나니 나 또한 허황된 꿈을 수도 없이 품없지만 정작 이뤄놓은 게 없다는 생각에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됐다. 중요한 건 하루 하루의 전진이구나, 자꾸만 뒤 돌아보며 위축되지 말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두 달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냥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잘 지내보는 것이다. 후회 없이... 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또 한달이 그리고 두달이 될 것이기에... 매일 30분의 운동, 매일 30분의 책읽기, 매일 30분의 글쓰기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닐까.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수술 후 체력이 좀 딸리는 기분이 든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가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그렇게 쉬었다가 또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속도가 조금 늦어지면 어떠하리. 중요한 건 내가 걸어가야 할 목적지를 잊지 않는 것! 이제 겨우 닷새가 지났을 뿐인데, 두 달이 지나면 나는 완전히 예전의 컨디션을 찾고 훨훨 날고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탓에 전보다 더 건강하고 빵빵한 체력을 가지게 될런지도?
두 달간 더운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해서라도 에어컨 빵빵한 도서관으로 휴가를 떠나야겠다. 나의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경제서적을 위주로 다양한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좀 먼 도서관이라면 걸어가는 동안 운동도 할 수 있겠지. 자전거를 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는 시간도 가져야지. 그렇게 하루 하루를 쌓아보고 싶다. 후회없는 두 달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