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을 믿어본다...
요즘 나는 한낮 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피서를 떠나고 있다. 오늘은 노란 원피스를 꺼내 입고, 베이지색 밀짚모자, 꽃무늬 에코백, 그리고 여름 샌들을 매치했다. 누가 보면 진짜 바닷가로 여름휴가라도 가는 피서객다운 차림새로 말이다. 이렇게 여행 가는 기분으로 도서관을 가니 나가면서도 정말 어디론가 떠나는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설레더라.
오늘 도서관에서 내가 선택한 책은 <늙는다는 착각>이란 책인데 저자인 엘렌 랭어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녀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심리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는데, 이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실험참가자인 노인들에게 20년 전의 환경을 제공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일주일을 지내게 한 것이다. 비교군 노인들에게도 같은 환경을 제공하되, 두 집단의 차이점이라면 현재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느냐 아니면 마치 과거가 현재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느냐 하는 것.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20년 전이 마치 현재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를 주문받은 노인들은 일주일 전 모습과 비교할 때 외모 상으로 한층 젊어졌을 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지표들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단 일주일만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얼마만큼 많은 영향을 받는지 알게 됐다(특히 건강면에서). 이 책에는 몇 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젊을 때 대머리인 남자들은 자신의 외모 탓에 스스로를 더 나이들은 것처럼 느끼게 되어 실제로도 노화가 빨리 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연하와 결혼한 여성, 혹은 늦게 결혼해서 아이가 어린 여성의 경우 자신의 나이를 상대적으로 젊게 인식해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과 몸은 분리하기 쉽지 않을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최근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갑상선을 원래 없었던 셈 치자고 마음먹고, 수술 자국도 되도록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평소에는 머플러로 가리고 생활을 해왔다(비록 이제 일주일 정도 되었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내가 평소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 아직은 수술 초기라 식전, 식후, 자기 전에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어야 하지만, 이 약도 약이 아닌 영양제라고 생각하면서, 이걸 먹으면 내 몸이 점점 건강해진다고 상상 중이다.
오늘 도서관에 갈 때의 옷차림 또한 나에게 도서관은 피서 가는 것처럼 즐거운 장소라는 인식을 암암리에 심어주었을 테고, 덕분에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데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나의 남편은 나보다 3살이 많지만, 동안인 편이라 신혼 초기에는 연하와 결혼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는데, 그때는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싶어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남편이 젊어 보이니 나도 더 젊어 보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어쩌면 그런 마음만으로도 내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었다고, 이제 40이 넘은 아줌마라고 그에 걸맞게 점잖게 입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면서,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아~ 옛날이여'만 외치지 말고, 가끔은 좀 힘들어도 뾰족구두도 신고,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5년이라도 더 젊어 보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는 마음 챙김 명상의 중요성도 언급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의문 없이 어떤 것을 받아들이지 말고, 의식을 집중해서 나의 상태를 체크하고 다른 사람(그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일지라도)의 말을 의심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어떤 의학적인 현상도 단지 확률이 높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며, 불치병이란 치료방법이 나와있지 않은 병일뿐이고, 확률이 극히 낮고, 의학적으로 불가한 기적이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왕왕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마음의 힘이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의 힘을 믿고, 당장 오늘부터 주문을 외우고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난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