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태극권을 한지 이제 9년이 지나 10년 차에 들어섰다.
(정확히는 내가 태극권을 한지는 10년 차지만, 다른 가족들은 9월이 지나야 만 9년을 채운다.)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처음 함께 태극권을 시작하던 시기는 상당히 힘들고 괴로웠다.
내면의 그림자 에너지가 자기 자신도 통합하기를 강력하게 인생에서 요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열등한 그림자 에너지는 가족 중 한 명의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고,
그림자 에너지를 필사적으로 끊어내고
에고의 기준으로 잘난 나, 우월한 나, 올바른 나만 데리고 살려하던 다른 가족들은
그림자 에너지를 정면으로 겪고 있었다.
내면의 그림자 에너지를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정'이다.
그저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실제로 유난히 그림자 에너지를 끊어내려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올바르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 몫의 일들 알아서 책임지고 잘하고 있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일으키는 문제들까지 과도하게 떠맡아서 책임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적 에너지가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으면,
그냥 자연의 세계에 이런 에너지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면 된다.
'절대로 저렇게 해서는 안돼'라는 얽매임이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높은 성과를 요구한다.
그러면서 그림자 에너지를 과도하게 끊어낸다.
결국 어느 순간 힘들게 삶에서 그림자 통합의 계기를 겪게 되기도 한다.
이게 꼭 나쁘지는 않은 게,
통합의 과정은 괴롭지만, 일단 통합을 이뤄내면
내면 통합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삶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밝을수록 어둠도 강하고, 그래서 더 큰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삶을 통해 직접 겪든, 명상을 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내면 에너지 통합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다 해당이 되는 이야기다.
그럼, 가족끼리 태극권을 해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가장 고마운 건, 그림자 에너지를 표출하던 가족이 자발적으로 그 시간을 함께 해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극권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오히려 주체할 수 없던 그림자 에너지가
모두를 한데 묶으려 해서 훨씬 괴롭긴 했지만 말이다.)
4-5년이 지나자 그림자 에너지를 표현하던 가족도 상당히 많이 정화가 되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
내 몫의 그림자 에너지 정화는 내가 하더라도,
결국 누구든 자신의 몫의 정화는 자신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자신의 몫의 정화를 더 할수록 관계가 더 빨리 돈독해지는 건 당연하다.
약 10여 년 전의 일상은, 나쁜 의미의 폭죽이나 불똥이 수시로 터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몇 년 간 가족끼리 태극권도 함께 하면서, 전반적 일상이 상당히 고요해졌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그저 있음을 인정해 주는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집은 누군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Welcome back!'이라고 한다.
그동안 많은 갈등을 겪다가, 갑작스레 곰살맞게 말하기는 서로 낯간지럽기 때문이다.
영어를 하든, 일본어로 오까에리를 하든, 외국어로 말하면 일단 감정을 조금 더 분리시키기 좋다.
그 상태에서 그냥 누군가 돌아왔음을 인정해 주는 의식이다.
우리 집은 'Welcome back.' 'Thank you.'가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익어 있다.
그리고 이 두 마디 말이, 마법의 주문처럼 관계에 큰 윤활유 역할을 한다.
태극권도 물론 지속하고 있고,
Welcome back! 도 한국 사람 밥 먹듯이 자연스럽게 활용하면서,
예전보다 매우 가족 관계의 질이 좋아졌다.
결국 삶이 본질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