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나에게
일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불안증이 찾아온다.
무엇이 그렇게도 두렵고 불안한 것인지. 나라는 사람은 싫은 소리를 너무나도 듣기 싫어하는 것 같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장님과의 장기 세일즈 예측 리뷰와 여러 가지 내가 진행해야 끝나는 일들이 마음에 돌처럼 남아 있다. 정말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고 불안한 것인가? 이 실체를 알면 괜찮아지기는 하는 걸까? 퇴사 이후에도 계속 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심경에 복잡하다.
주말에 만난 첫째 아이 친구 엄마는 뭘 아는 사람 처럼,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기 힘들지 않아요?
아...그래서 관둘까 고민 중이예요.. (그냥 관둘 예정이라고 얘기할 걸..)
지금 경기도 안 좋은데 관두면 안되죠. 힘들더라도 버텨야죠. 이 언니 착해서 왠지 되게 열심히 할 거 같애. 그러지마 배 째~~
맨파워가 부족해서 제가 안하면 할 사람이 없어서요..
에이, 그래도 그만두면 다시 직장 구하기 힘들어요~ 다녀야 돼~~ 내가 휴직하고 다른 거 할 거 없나 스타트업이나 이런 거 엄청 알아봤잖아요. 근데 회사원이 제일 편해~ 그것만 한게 없더라고요.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 오고 갔다. 그만 두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과 이미 관뒀다는 말을 미처 못한 사람의 고구마 백 개 먹은 것 같은 대화. 요즘 애 키우는 엄마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수다 떨고 머리 좀 비우려고 만난 자리에서 찝찝한 마음만을 안고 들어왔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복잡한 심경을 모르니 마냥 밝고 밥도 잘 먹는다. 감정 이입을 못 해주지만 아이들은 밝아서 다행이다.
지금 내 상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개운치 않다. 퇴사 한 달 남은 시점에 일이 몰아 치는 이 상황에 대한 답답함, 퇴사 이후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전혀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데 대한 막막함이 이 불안증의 실체일 것이다.
내가 지금 직장을 관둬야 겠다고 생각한 건 회사를 다니면서도 1.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직장이라는 것 2. 가장 중요한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기하며 다녀야 하는 직장이라는 것 3. 그렇게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정보다는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확신에 차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일을 시키면 안되는 거다. 묵묵히 일하는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번 결심한 건 뒤돌아 보지 말고, 내 선택을 믿고, 나를 믿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자. 그럼 훗날 나중에 지금의 고민과 걱정들을 들춰보며 '이럴 때도 있었지.' 하며 여유있게 웃을 때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