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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성 Jan 26. 2021

소행성의 사랑

그럼에도 행복했다

태초로부터 영겁의 어둠을 차갑게 헤매던 소행성은

난생처음 보는 푸른 지구에게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이끌리었다


이제 더는 헤매지 않아 행복한 소행성은

지구가 휘어놓은 시공의 궤도에

서서히 아주 서서히 갇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의 궤도를 돌던 소행성에게

어린 왕자장미를 심어놓고 간 어느 날

사랑을 알게 된 소행성은 꽃을 건네려 지구에게 향했다


그제 지구의 대기에 다다라서

어린 왕자의 꽃은 진작에 타버릴 정도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가까워져서

지구 태양의 시공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


그럼에도 소행성은 행복했다

뜨겁게 타들어 사라져감 따듯함이라 여

희박한 대기를 호흡하며 잠시나마 숨 쉴 수 있었다


결국 너의 존재로 인해 행복한 소행성은

태초와 같이 우리가 될 수 있음에 눈물 흘리며

빠르게 아주 빠르게

지구에게로 파랗고 장렬하게 산화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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