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성 Jun 20. 2023

때로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언젠가부터 찾지 않았을 이야기

스스로 칫솔을 사게 된 즈음 다 자라버린

이가 부수는 입에 달콤함은 그저 충치 유발자

진작 뽑힌 그날들은 다시는 자라지 않아

꼼꼼히 약 바르는 당신에게 동화 같은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을 닮아 있으니

어느 날 아직도 늦잠 푹 자고

누워 있는 사랑니가 일어났던 날처럼

마취에서 깨어나 텅 빈 구멍 핥어보려다

조각난 흔적 더듬어 퉁퉁 부어버린 눈

한가득 바다를 머금은 입이라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한 당신은 바다로 오세요


누구나 한 번은 파란 달을 볼 수 있답니다

꼭 소원 빌어보세요 다시 보게 해달라고

보고픈 사람 눈 맞춘 듯 숨죽이고 올려보면

물어본데요 왜 바다가 생겼는지 알고 있니

그날만큼은 당신이 실컷 울어버려서라 말해요

한두 방울 세어보던 의미는 방울방울이

다 같음을 알아 이내 마음 놓고 흘렸단다 답하고

밀물 몰려오면 이제는 떠나버린 파란 달은

다시 볼 수 없도록 질려버린 새하얀 어제를 닮아

바다가 왜 생겼는지 쯤은 알고 있는 즈음에

동화가 왜 유치해졌는지 알 것 같아


어쩌면 정말 바다 한 움큼 뿌리러 달로 가

너와 눈 맞춘 듯 숨죽이고 내려보며 흘리는 눈물이

더 동화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매일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달빛 아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