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걸으면 보입니다.
오늘의 걸음 덕분에
제 눈에 선물을 담을 수 있었네요.
누군가 몰래 꽃다발을 한 아름
대문 앞에 두고 간 것입니다.
그 꽃들은 선들이 하늘하늘 연약하게만 보이지만
사실 뿌리 끝부터 꽃잎의 끝자락까지 강인합니다.
씀바귀꽃
꽃말은 꽃들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 같아요.
씀바귀꽃의 꽃말은
‘순박함’
‘변함없는 마음’
‘밝은 얼굴 뒤에 숨겨진 슬픔’
꽃말이 꽃에 담기니,
꽃은 또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옵니다.
‘작고도 소박한 꽃’
‘아주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슬픈 꽃’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꽃다발과 같은 존재인 들꽃’
가녀린 줄기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니
예쁜 얼굴이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덕분에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도 읽어 냅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꽃들에
햇살이 마치
그곳에만 조명을 밝히듯
눈부시게 빛나게 해 줍니다
그랬군요.
대문 앞 한아름 꽃다발은
햇살이 두고 간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