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문학작가회의 사회집》 제21집(2024년), 166-67쪽.
이 글은 《지구문학작가회의 사회집》 제21집(2024년)의 166-67쪽에 실린 수필 작품입니다.
진주교육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지 두어 달이 흐른 2023년 10월 하순의 어느 날, 식사하러 구내식당에 가는데 강의동을 나서자마자 강렬한 향기가 공기를 가득 메운다. 분명 꽃향기인데, 어지간한 디퓨저에서 나는 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하고 강하다. 라일락꽃 내음이 무척이나 진하고 달콤하다고 하지만, 그런 라일락 향기도 은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척이나 진하면서도 화려한 향이다. 비유하자면 공기를 타고 은은하게 퍼져가는 꽃향기가 아니라, 마치 물이 아닌 공기 사이로 퍼져가는 걸쭉한 기체 상태의 농축액이 살갗에 와닿는 느낌이다.
실내도 아니고 야외에서 인위적인 향이 그렇게 강하게 날 리는 없고, 생전 처음 느끼는 이토록 진하면서도 화려한 향기는 어떤 꽃에서 나는지 궁금해하며 향기를 따라가 보니 구내식당 근처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발길이 멈춘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 검색기능을 통해 검색해 보니, 목서나무라고 나온다. 꽃잎이 은은한 게 금목서보다는 은목서인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이야기도 스마트폰 사진 검색을 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당에서 만나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한 대선배 김 교수님은, 모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매년 10월이면 우리 학교에는 목서꽃 향기가 가득하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목서꽃 향기에 취한 듯이 반해서일까? 2024년에는 8월 말 2학기가 개강하기가 무섭게 목서꽃부터 눈이 간다. 목서꽃이 언제쯤 피어서 그 어떤 꽃도 따라가지 못할, 천 리를 흘러갈 향기를 선물해 줄까? 아니나 다를까, 10월이 무르익으니 목서꽃이 또다시 그 강렬한 향기를 사방에 떨친다. 아직 꽃이 완전히 만개하지는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 코가 이미 목서향에 익숙해져서인지 지난해의 그 충격적이었던 향기의 진함은 조금은 연해진 느낌도 하지만, 여전히 목서꽃 향기는 목서나무가 조그만 분재처럼 보이는 거리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침 내 옆에는, 10월이면 목서꽃 향기가 학교를 가득 메운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김 교수님이 교직 생활을 명예롭게 마치고 정년퇴직한 그때 새로 부임한 신임 김 교수님이 서 계셨다. 목서꽃 이야기를 들려 드렸더니 본인이 느끼기에도 향기가 무척이나 강하고 인상적이어서, 아마도 우리 학교를 거쳐 간 사람이라면 우리 학교의 10월을 목서꽃 향기로 기억할 듯싶다며 경탄을 하신다.
10월 하면, 가을 하면 당연히 단풍을 떠올렸는데, 진주에서 교편을 잡고 나서부터 내게 10월과 가을은 목서꽃 향기에 취할 시절, 계절이 되었다. 구내식당을 가는 길에 목서나무가 서 있는 덕택에, 목서꽃 향기와 더불어 식사를 즐기는 호사까지 누릴 수 있는 10월이다. 앞으로는 해마다 10월이 다가오면, 목서꽃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