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소연
퇴사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무조건 환승이직을 할 거라며 열심히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 하나가 정해지기도 전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고, 결국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퇴사를 입에 올리고도 2달 하고 보름이 더 지나서야 퇴사를 하리라는 건 더 예상하지 못했고. 어쨌든 3월 말에 퇴사 의사를 밝히고 6월에 진짜, 최종으로 퇴사를 했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법인가. 퇴사일을 받아놓고 한가하기 짝이 없는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지원했던 회사에서 1차 면접을 알려왔다. 서류 합격발표와 1차 면접 사이에는 약 5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 급박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긴장했던 1차 면접 당일. 편하게 대해주는 면접관분들과 약 30분의 면접을 치르고 난 후 나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답변 도중 면접관의 심상치 않은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떨어지지 않을까 했던. 하지만 결과는 합격, 그리고 2차 면접 안내.
2차 면접 역시 5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마침 퇴사일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인수인계와 퇴사를 먼저 끝낸 뒤 하루나 이틀 바짝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바로 나의 게으름이었으니. 결국 이틀 중 또 하루를 놀고 그다음 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의 엄청난 집중력으로 2차 면접 준비를 하겠노라 했으나 오후 4시까지 침대에 퍼져 잠만 자고 있었다. 그러다 한통의 전화를 받고서 각성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신들린 집중력으로 경력사항들을 다시 키워드로 정리하고, 경력면접 질문 TOP 10만 별도로 키워드 정리를 했다. 물론 이전에는 답변을 쭉 써두고 외운 적이 있었는데 면접 때 너무 긴장을 하면 버벅거리게 되고, 그렇게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 모든 기억이 통으로 날아간다는 걸 경험한 후로는 줄글로 적는 대신 키워드만 정리하여 즉석에서 살을 붙여 답변하곤 한다.
나름 면접도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2차는 사실 그렇게 긴장되진 않았다.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시작된 2차 면접. 1차 면접보다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오히려 답변하기는 더 편했다. 일부 압박 질문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바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나니 어느새 면접도 무사히 끝. 면접을 끝내고 대기실로 오니... 어라? 대기자가 또 2명이나 있네? 이미 나보다 먼저 면접을 본 지원자를 봤으니 못해도 4:1이라는 셈. 더군다나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남자였다. 과연 이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를 부분.
2차 면접은 내가 준비한 모든 걸 했던 터라 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경쟁자가 모두 남자라는 부분이 좀 걸렸다. 경험 상 이러한 경우는 대체로 채용을 요청한 부서에서 특정 성별을 지정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그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다행히 2차 면접은 대표님이 포함된 면접이라 그랬던지 금방 발표가 났다. 결과는 합격.
합격 전화를 받고 나서 재빨리 이번 지원과 면접,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까지 두루 도움을 줬던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이때만 해도 부모님은 퇴사한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바로 다가올 처우협의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서. 사실 갓 퇴사한 직장에 갈 때 사정 상 급히 서두르다 보니 처우협의를 정말 엉망으로 하고 말았다.
연봉협상(처우협의) 시 내가 했던 실수를 정리해 보자면,
1. 제안받은 연봉에서 계약 연봉/성과급/현금성 복지의 포함 여부 확인을 하지 않은 것
2. 입사 이후 연봉협상 OR 성과급 지급 시기를 확인하지 않는 것
이렇게 두 가지나 있었다.
전자의 경우 희망연봉으로 계약연봉의 20% 인상을 요청했는데 기업에서는 계약연봉에 상여금 및 현금성 복지를 합산한 총금액을 20% 인상의 기준으로 말할 때가 있다. 특히 이런 경우는 인사담당자가 유선으로 처우를 전달할 때 많이 발생하므로 이러한 경우 메일로 해당 내용을 보내달라고 하고 답변을 미루는 것이 좋다.
후자의 경우는 주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입사의 경우에 많이 발생하는데 2024년 7월 입사자의 경우 2025년에 연봉협상 대상자가 되는지, 아니면 2026년 연봉협상 대상자가 되는지는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6개월 후 연봉협상이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제안받은 처우를 수락할지 아닐지의 결정에 도움이 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무려 1년 6개월을 일하고 연봉협상의 대상자가 된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기업 내규이므로 해당 규정에 불만을 표시하기보다는 해당 기간을 감안하여 연봉 인상폭을 좀 더 올려줄 것을 제안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내 경우엔 인사담당자가 유선으로 처우를 제안했고, 사실 딱 들었을 때도 흡족할 만큼의 처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정리된 내용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메일로 해당 내용을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이후 받은 메일에서 확실히 유선으로 전달받았을 때보다 더 자세해진 처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경력연차 인정이었다. 아주 잠깐 다녔던 회사를 제외하고 총 3곳의 회사 경력을 제출했는데, 이번에 지원한 직무와 일치하는 경력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회사였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회사의 경력은 아주 최소한만 인정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서 연봉 또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제안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처우이긴 하나 해당 기업의 연봉 정보를 찾아본 결과 납득이 되기도 했고, 이번 이직은 보상 대신 커리어에 비중을 두기로 결정한 내 기준에서 봤을 때는 처우를 받아들일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경력 이직 시 연봉협상을 할 때 무엇보다 업종과 기업의 문화, 연봉 체계 등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하더라도 기업 안에는 수많은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연봉은 기밀이라도 언제 어떻게 공유가 될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에 기업이 가진 연봉 테이블을 아주 벗어나는 보상을 지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그리고 의외로 사내에서는 생각보다 쉽고 흔하게 다른 사람의 연봉을 알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음)
다만 이번에 경력협상을 하면서 찾아본 수많은 콘텐츠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생각해 보니 이왕 입사하기로 마음먹은 회사라면 돈 얼마를 차이로 아웅다웅하면서 굳이 불필요한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특히 회사 자체가 보수적인 문화인 데다 일부 직원에게만 파격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일이 전무하다시피 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기도 하다. 그러니 연봉협상 전 기업의 문화나 업종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필수!
결과적으로 처우는 처음 제안받은 그대로 수락하기로 했고, 연봉협상 시기나 성과급 지급 관련해서도 확인할 부분은 모두 확인했다. 이제는 입사일을 기다리며 얼마나 신나게 놀건지만 고민하면 되는 부분.ㅎㅎ
어쨌든 이직 연봉협상 시 이것만 기억하자.
1. 입사 의지가 확고하다면 인사담당자도 내 동료가 될 거라는 걸 기억하자.
2. 내 가치를 올리는 것은 오로지 나 스스로 할 일이다.
3. 내 가치에 대한 입증은 논리로 한다.(증빙자료가 있으면 아주 좋음)
4. 모든 사람이 이직 시 연봉을 인상해서 가는 것이 아니며 조건은 정말로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다. 그저 참고만 할 뿐 다른 사람의 연봉협상과 비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