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길 위의 인생> - 어머니 편 리뷰
존재의 실루엣 자체가 눈물 나게 하는 건 어떤 경우일까?
<길 위의 인생 - 어머니> 다큐멘터리에서 '예당호 어머니'의 모습과 말씨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모진 삶에 초연한 자만이 내뿜는 분위기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예당호 어머니. 나에겐 할머니뻘 되는 분.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지 않았고, 날 슬프게 하는 서정을 머금지 않았다.
존재의 실루엣 자체만으로 울림을 줬다.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내레이션은 자연히 음소거됐다.
'어머니'라는 정겨운 단어에 어울리는 존재의 현신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갈라진 예당호 땅길 위에 하얀 구름 하나가 왔다 갔다 했다.
마르고 긴 나무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정갈하게 내디뎠다.
품이 넉넉한 하얀 니트가 굽은 등을 감싸고 출렁였다.
등허리를 지탱한 두 발이 부산히 움직였다.
발끝마다 족적을 덧씌운다.
시간이 멈춘 예당호 땅길 위에 어머니의 현신이 굳건히 존재했다.